이번 갈등이 전면전으로 재확산할 경우 세계 경제가 과거보다 훨씬 더 심각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동 분쟁 과정에서 각국의 전략비축유가 이미 크게 소진된 탓이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 (사진=연합뉴스)
최근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고위급 회담이 성공적으로 종료되고 미국의 대이란 석유 수출 제재가 완화되면서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69.1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안정세를 보였다. 여기에 정부가 27일 0시를 기해 7차 석유 최고가격을 유종별로 L당 150원씩 전격 인하(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함에 따라 다음 주 국내 기름값은 내림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하락 흐름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다시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이 맺은 종전 양해각서(MOU)는 불과 며칠 만에 깨질 위기에 직면했다. 미군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상선을 드론으로 공격해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며 26일(현지시간) 이란 본토를 향해 전격적인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항공기를 동원해 이란의 미사일·드론 저장시설과 해안 레이더 기지 등을 정밀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강경 기조도 최고조에 달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란은 휴전 합의에 서명했고 우리는 이를 준수해 왔다”며 “이행 방식에 이견이 있다면 전화로 연락하면 될 일이지만 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설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란 역시 즉각 맞불을 놓았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미국의 공습 직후 성명을 내고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통제 권한을 규정한 이슬라마바드 합의서를 위반하고 이란 해안을 침략했다”면서 “이에 대한 대응으로 역내 미군 테러리스트 기지 여러 곳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방송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항구도시 시리크의 통신탑과 게슘섬 등에 발사체들이 떨어졌다고 보도하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국제사회는 이번 충돌이 가져올 경제적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피에르-올리비에 구랭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무력 충돌 재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구랭샤 수석은 “지난 분쟁 과정에서 각국의 전략비축유 보유량이 현재 상당히 고갈된 상태”라며 “미·이란 간 휴전이 깨지고 분쟁이 다시 격화된다면 각국 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이전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거 중동 전쟁 초기에는 세계 원유 공급의 10~15%가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신속한 전략비축유 방출과 정유사들의 생산 조정 덕분에 실제 공급 감소는 3% 수준에 그쳤고 유가 폭등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대응 카드가 사라진 만큼, 향후 석유 공급 차질이 재발하면 세계 경제가 고스란히 상당한 하방 압력을 받게 된다는 지적이다.
한편 다음 주 UC버클리대 교수 복귀를 앞둔 구랭샤 수석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및 경제 제재 중심의 무역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남겼다.
그는 유럽연합(EU)이 최근 미국을 제외하고 중남미·인도와 잇달아 무역협정을 타결한 것을 예로 들며 “관세는 단기적인 효과만 있을 뿐, 상대국들은 우회로를 찾거나 자체 혁신을 가속화해 새로운 무역 질서를 재편한다”라며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가 가진 장기적 한계를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