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AI 기업 비용 부담에 돈벌어…지속성 따져봐야”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28일, 오후 10:06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인공지능(AI)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 스택 상단에 있는 AI 제공업체들로부터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로 막대한 현금이 이전되는 현상을 보고 있다”며 “이 정도 규모의 이익 이동은 드문 일로, 투자자들은 돈이 어디서 나오고, 어디에 쓰이며, 이 흐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사진=연합뉴스)
현재 수급난을 겪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마이크론이 주도한다. AI 열풍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고, HBM 생산능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수요까지 폭발적으로 늘면서 메모리 가격이 급등했다. WSJ는 이들 메모리 업체를 항공업계의 석유 생산업체에 비유하며, AI에 필수적인 투입재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가격 상승의 수혜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이크론은 최근 분기 D램 가격을 직전 3개월 대비 60% 이상 올렸고, 낸드플래시 가격도 80% 넘게 상승했다고 밝혔다. 출하량 증가는 한 자릿수 초반에 그쳤지만 가격 급등만으로 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WSJ는 “마이크론의 급증한 이익은 고객사 입장에서는 급증한 비용”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흐름은 주가에도 반영됐다. 올해 달러 기준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약 290% 올랐고, 삼성전자는 166% 상승했다. 반면 AI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거나 클라우드 인프라를 운영하는 대형 기술기업들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하락했고, 아마존은 보합 수준에 머물렀으며, 알파벳은 8% 상승하는 데 그쳤다.

WSJ는 소비자 전자제품 업체의 경우 가격 인상을 통해 높아진 메모리 비용 일부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지만, AI 기업들은 아직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봤다. 애플이 메모리 가격 상승을 이유로 맥북 가격을 15% 이상 올린 것과 달리 오픈AI와 앤스로픽 같은 AI 모델 개발사들은 아직 이익보다 시장점유율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비용 상승분을 사용자에게 본격적으로 전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AI 서비스의 최종 사용자들이 아직 실제 비용을 충분히 부담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AI 모델 업체들은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낮은 가격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큰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메모리 등 핵심 투입 비용이 오르면 손실이 더 커지거나, 결국 사용료를 올려야 하지만 이 경우 AI 도입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이미 일부 대기업들은 AI 사용량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챗봇과 AI 에이전트 사용량을 측정하는 토큰 사용이 급증했지만, 이것이 반드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이런 환경에서 AI 모델 사용료나 토큰 가격을 올리면 기업들의 AI 도입은 더 둔화될 수밖에 없다고 WSJ는 분석했다.

반도체주 쏠림에 대한 경고도 나온다. 오르비스의 펀드매니저 알렉 커틀러는 제조 공정의 복잡성이 커지고 경쟁업체 수가 줄어든 만큼 단기간에 공급 과잉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다만 그는 오랫동안 보유해온 삼성전자 보통주를 매도하고, 대신 삼성전자 우선주를 매수했다고 밝혔다. 올해 상승장에서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덜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WSJ는 “결국 반도체 공급업체들의 가격 인상에 대응하는 방법은 세 가지”라면서 “단기적으로 이익을 줄이거나, 장기적으로 더 저렴한 투입재로 버티거나 높은 이익이 생산 확대를 유도해 공급이 늘어나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AI에서는 이 세 가지가 모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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