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한국 사례가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노조 측과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기로 한 SK하이닉스와 같은 방식을 적용하면, 키옥시아 직원은 1인당 5000만엔(약 4억 75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엔비디아에 첨단 D램을 공급하는 한국의 대표 메모리 기업이다. 시장 전망을 집계하는 퀵·팩트셋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는 266조원(약 28조엔)에 이른다. 직원이 4만명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 1인당 연간 7000만엔(약 6억 6600만원)을 성과급으로 받는 셈이다.
키옥시아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가파른 실적 개선 때문이다. 퀵·팩트셋에 따르면 키옥시아의 2027년 3월 끝나는 회계연도 영업이익은 직전 회계연도보다 8배 늘어난 7조 3900억엔(약 70조 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다만 키옥시아가 곧바로 한국 수준의 성과급을 풀기는 쉽지 않다. 분사 전 도시바 시절의 보수 체계를 토대로 삼고 있어 전례 없는 거액 성과급을 주기에는 벽이 높다. 당분간은 아시아 경쟁사들과의 처우 차이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AI용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시가총액 일본 1위에 오른 키옥시아는 지난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직원들의 기여에 더 보답해야 한다는 주주들의 요구에 직면했다. 한 60대 남성 주주는 “직원에게도 나눠주지 않으면 다른 회사로 가버린다. 보상이 있어야 보람도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30대 남성 주주는 “적어도 세계 경쟁사와 같은 수준은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I 특수는 반도체뿐 아니라 전자부품, 송배전 설비, 통신기기 등 폭넓은 분야로 번지고 있다. 닛케이는 이 문제가 가장 먼저 불거진 곳 역시 한국이었다며, 지난해부터 이익 분배를 놓고 노사가 격렬하게 부딪쳤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대표 사례로 소개됐다. 삼성전자 노조는 SK하이닉스와의 처우 격차 등을 내세우며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보상 인상을 요구했다. 반년 가까이 끈 노사 교섭은 지난 5월 타결됐다.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매긴 사업 성과의 10.5%만큼을 성과급으로 떼어 주기로 한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부문별로 성과급을 정하는데, 반도체 메모리 부문이 압도적으로 많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이나 스마트폰, 가전 부문과의 격차가 새 과제로 떠올랐다.
노조가 없는 대만 TSMC조차 처우 개선에 나섰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달 개최된 TSMC 주주총회에서 회사 경영진은 “올해 성과급은 지난 3년과 같거나 그 이상인 30%가 넘는 인상률을 확보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TSMC에는 노동조합이 없지만, 그동안 순이익의 약 12%에 해당하는 금액을 성과급으로 지급해 왔다.
일본에서는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들이 실적 연동 성과급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 왔다. 닛케이의 지난해 ‘겨울 보너스 조사’에서는 디스코가 449만엔(약 4269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도쿄일렉트론 등도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으로 직원에게 보답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는 지적이다.
전례 없는 호황 속에 반도체 인재 쟁탈전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일본 기업들도 더이상 성과급에 인색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강조했다.
해외 반도체 업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한 기술자는 “일본 기업은 다 같이 발맞추는 문화가 강해 성과에 보답하는 보수 제도가 어렵다”며 “키옥시아의 대응이 늦어지면 우수 인재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