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강진 사망자 1450명…'골든타임' 넘긴 나흘째 사투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29일, 오전 09:49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규모 7.2·7.5의 연쇄 강진 사망자가 1450명으로 늘었다. 지진 발생 나흘째에도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는 사투가 이어지고 있지만, 구조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72시간이 지나면서 희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28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 카라바예다에서 아르헨티나 수색·구조팀의 구조견이 연쇄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시신을 찾고 있다. 사흘 전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지진으로 1500명 가까운 사망자와 수만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가운데, 수천명의 구조대원과 가족, 자원봉사자들이 생존자를 찾기 위해 밤낮으로 콘크리트 더미를 파헤치고 있다. (사진=AFP)
28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 카라바예다에서 아르헨티나 수색·구조팀의 구조견이 연쇄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시신을 찾고 있다. 사흘 전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지진으로 1500명 가까운 사망자와 수만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가운데, 수천명의 구조대원과 가족, 자원봉사자들이 생존자를 찾기 위해 밤낮으로 콘크리트 더미를 파헤치고 있다. (사진=AFP)
28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이날 사망자가 1450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전날 집계된 1430명에서 20명 늘어난 수치다. 부상자는 3150명, 이재민은 1만 2721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민간 웹사이트에 신고된 실종자 수는 최소 6만 8900명에 달해 사상자 규모가 훨씬 커질 것이란 우려를 키웠다.

이번 지진은 지난 24일 오후 6시께 39초 간격으로 규모 7.2와 7.5가 잇따라 발생했다. 진앙은 야라쿠이주였지만, 수도 카라카스와 북부 해안 라과이라주에 피해가 집중됐다. 라과이라주에서는 주거 단지와 호텔이 콘크리트 더미로 변했고, 주민들은 중장비는커녕 삽과 맨손으로 잔해를 헤집으며 가족을 찾고 있다. 첫 지진 이후 여진만 430차례 넘게 이어지면서 주민들은 추가 붕괴를 우려해 거리와 공원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전문가들이 생존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는 발생 후 72시간이 지나면서 현장의 절박함은 극에 달했다. 상황은 악화하고 있지만 기적적인 생환 소식도 이어졌다. 엘살바도르 구조대는 라과이라주에서 잔해에 갇혀 있던 15세 소녀와 반려견을 구조했고, 콜롬비아 구조대는 11세 소년을, 프랑스·미국 구조대는 카라바예다에서 부자(父子)를 구해냈다.

미국과 멕시코, 브라질, 엘살바도르, 프랑스 등이 구조·수색팀을 보냈다. 전날까지 24개국이 구호물자 521톤(t)과 수색·구조인력 2700여명을 지원했다. 미국은 1억 5000만달러(약 2307억원) 규모의 원조를 발표한 데 이어 추가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델시 로드리게스 권한대행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통화하고 지원을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이동식 병원과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도 현장에 투입됐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을 둘러싼 주민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당국은 피해가 집중된 라과이라주에 군 병력을 투입했으나, 재난 지역 주민들은 “정부 관계자의 얼굴조차 보기 어렵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허가받은 인력과 차량만 재난 지역에 들이면서, 진입이 막힌 일부 자원봉사자가 반발하기도 했다.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최대 676만명이 이번 지진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위성 사진 분석을 토대로 물적 피해액이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GDP)의 약 6%인 67억달러(약 10조 304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외신들은 병원을 포함한 건물 774채가 파손됐으며 이 가운데 189채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전했다.

이번 강진은 로드리게스 권한대행 체제에 거대한 정치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그는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이 미국에 체포·압송된 뒤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10년 넘게 극심한 경제난을 겪어 왔고, 의료 체계와 노후 인프라가 무너진 상황에서 맞은 재난이라 피해가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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