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캠핑카 기름값 200달러…“반으로 줄이자”
텍사스주에 사는 파트타임 교사 티나 모건은 지난 두 해 여름 동안 50갤런(약 189리터)짜리 연료탱크를 장착한 RV(레저용 차량)로 수개월간 장거리 여행을 즐겼다. 하지만 올해 4월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서며 연료비가 처음으로 200달러(50갤런 기준)를 돌파하자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국립공원 7곳을 도는 원래 일정 대신 그레이트레이크와 켄터키주 매머드 케이브로 두 차례 짧은 여행을 선택했고, 외식 대신 쓸 에어프라이어를 구입했다. 예상 여행 경비는 8000달러(약 1236만원)에서 3000달러(약 463만원)로 줄었다.
모건은 “원래 계획을 감당할 여유가 없다는 걸 (가족들에게) 솔직하게 얘기했다. 돈 문제 때문에 (여행 계획을) 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미국여행협회(U.S. Travel Association)의 제프 프리먼 최고경영자(CEO)는 “누구에게나 한계점은 있다”며 “오늘날 일부 여행자들에게서 그 한계를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인들이 수년간 인플레이션과 관세에도 여행 계획을 유지해왔지만, 이번 여름은 전환점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가 필터·올인클루시브·크루즈…절약형 여행 대세
비용 압박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구인 플랫폼 몬스터가 미국인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의 52%가 올여름 집에 더 많이 머무르고 있다.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집에서 즐기는 휴가)으로 외식, 오락, 드라이브 비용을 아끼려는 것이다.
익스피디아 산하 호텔스닷컴에서는 고객들이 ‘저가’ 필터를 사용하는 빈도가 지난해보다 1800% 급증했다. 익스피디아 대변인 멜라니 피시는 “예전에는 항공권을 먼저 예약하고 호텔을 추가해 묶음 할인을 받았지만, 이제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자마자 패키지 탭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을 포기하는 사람도 늘었다. 보스턴의 간호사 크리스틴 라파넌은 지난해 10차례 해외여행을 다녀왔지만 올여름은 뉴욕, 필라델피아, 몬트리올로의 기차·자동차 여행만 예약했다. 포르투갈행 항공권이 600달러에서 1400달러로 뛰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계획과 예산을 더 신중하게 짜고 있다”고 전했다.
분석업체 모닝 컨설트에 따르면 여행자들의 경제 신뢰도는 4개월 연속 하락해 2023년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다.
◇항공·크루즈 운임 상승…이란 전쟁 여파
항공사와 크루즈 회사들은 이란 전쟁으로 급등한 연료 비용을 운임에 전가하고 있다. 다만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최근 몇 주 사이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약 1달러 하락했다.
여행사들은 불확실성에 적응 중이다. 여행사 디바인 드림 데스티네이션스의 셰니카 베일리-우들리 대표는 패키지 상품이 적은 세인트루시아·세인트마틴 대신 칸쿤, 자메이카, 푼타카나를 주로 추천하고 있다. 두 사람 기준 3500달러 예산으로 갈 수 있는 곳이 그 정도라는 설명이다.
여행사 박슬리 엔터프라이즈 트래블의 대럴 젠킨스 대표는 가격 불확실성 때문에 막판 결정을 내리는 고객이 늘면서 할부 납입 플랜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연성이 아마 이번 여름의 키워드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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