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인공지능(AI)과 가상화폐 등과 관련한 일련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AI·가상화폐 차르의 얘기를 듣고 있다. (사진=AFP)
28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교회 중 하나인 댈러스 제일침례교회(First Baptist Church)에 반(反)AI 운동가 조 앨런이 연사로 나섰다. 이 교회를 이끄는 로버트 제프리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데다 신자들 상당수가 트럼프 지지자라는 점에서, 이런 자리에 반AI 인사가 오른 것 자체가 눈길을 끌었다.
앨런은 원래 콘서트 조명·음향 장비를 설치하는 기술자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연 업계가 무너지자 새로운 길에 나섰다. 전국을 돌며 보수 매체 더페더럴리스트 등에 신기술과 AI의 위험성을 알리는 글을 쓰기 시작했고, 급기야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의 팟캐스트 ‘워룸’에까지 출연하며 전국적 인지도를 얻었다. 지난 2월 타임지가 AI 반발을 다룬 표지 기사에 그를 실은 이후엔 주류로 올라섰다.
보스턴대에서 종교와 과학을 공부한 앨런은 스스로 ‘기술 러다이트’(기계 파괴 운동가)를 자처한다. 그가 문제 삼는 것은 현대 기술 자체가 아니다.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무엇이 ‘선’하고 ‘참’인지를 인간보다 더 잘 아는 ‘신’으로 떠받드는 인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앨런은 제일침례교회 연설에서 “기술 엘리트들이 신을 ‘AI라는 종교’로 대체하려 한다”며 “AI가 화면의 순수함을 가장해 사람을 이용하고 어린이를 노린다”고 주장했다. 그는 별도의 CNN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기술을 강요받는 것에 진절머리를 느끼고 있다.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다. 그들은 그것(AI 등 신기술)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교회 청중 다수가 ‘마가’(MAGA) 지지자였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AI 정책에 마냥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점 역시 관심을 끌었다. 스스로를 트럼프 지지자라고 밝힌 신자 엘리자베스 고메즈 크로커는 “AI가 일자리를 빼앗을까 걱정된다”며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트럼프는 나 같은 진짜 지지자들조차 ‘어, 뭐라고?’ 하게 만드는 말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마가’ 지지층도 AI엔 등 돌려…트럼프 정책에 반발
미국인들이 AI에 등을 돌리는 이유는 일자리와 전기요금, 정신건강, 환경 등 일상과 맞닿아 있다. 취업을 걱정하는 대학생들은 졸업식에서 AI에 야유를 보냈고, 여러 지역사회는 오염과 소음을 우려해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AI 챗봇이 자살·자해·총기난사 등 유해 행위를 부추겼다며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가족들도 있다.
여론조사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에서 AI가 사회에 주는 이로움보다 해로움이 클 것이라고 보는 미국인이 더 많았다. 정부의 AI 규제를 바라는 초당적 다수도 확인됐는데,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도 61%가 정부의 AI 규제 능력을 신뢰하지 않았다. 지난달 CBS뉴스·유고브 조사에서도 진보·중도·보수 다수가 미국 정부 정책이 AI를 ‘올바른 방식으로’ 쓰이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봤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느슨한 AI 규제를 선호해 왔다는 점이다. AI 기업들이 빠르게 발전해 중국을 앞서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상당수 지지자는 기술이 너무 빨리 나아간다고 우려한다.
배넌은 AI를 경계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대통령에게 공손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생각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그들은 데이터센터를, 학교와 일자리에서 벌어지는 일을 직접 봤다”며 “이들을 설득할 수는 없다. 어떤 미사여구로도 포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균열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CNN은 평가했다. 앨런은 자신을 AI에 반대하는 거대한 네트워크의 일부로 여긴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옳은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에게는 그 결정을 내릴 3년이란 시간이 있다”며 “그의 유산은 거기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