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에…美전력업계 M&A 거래 '사상 최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6월 29일, 오후 04:59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에 따라 미국 전력 공급 업계의 인수합병(M&A)이 활기를 띠고 있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발전소와 송전망 등 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전력회사들이 자금 조달과 규모의 경제 확보를 위한 ‘몸집 키우기’에 나선 영향이다.

(사진=AFP)
(사진=AFP)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딜로이트 조사를 인용해 올해 5월까지 전력 공급 업계 M&A 거래 규모는 2036억 달러로 같은 기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작년 전체 거래액인 1417억 달러보다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액은 1515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발표된 687억 달러의 두 배 이상이었다. 작년 한해 동안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액은 3210억 달러에 달했다.

올해 발표된 최대 전력 분야 M&A 거래는 기업 가치가 1120억 달러에 달하는 도미니언을 넥스트에라 에너지가 인수한 건이다. 기업 가치 330억 달러의 AES 코퍼레이션을 블랙록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스와 EQT가 인수한 거래가 뒤를 이었다. 올해 1~5월 발표된 전력 업계 M&A는 77건으로 지난해 연간 거래 건수(157건)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규제가 엄격한 전력 산업에서 M&A 거래가 급증한 배경에는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있다. 이 기회에 기업들이 규모를 키워 수익 극대화에 나선 것이다. 아울러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는 추세도 한편에서 작용했다.

전력회사들은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발전소와 송전망 건설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규제 독점사업자인 만큼 고객 기반이 지역적으로 제한돼 있어 신규 수요 확보를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다.

BTIG의 전력·유틸리티 애널리스트 알렉스 카니아는 “막대한 자본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누가 이를 부담할지가 핵심”이라며 “이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와 인프라 투자펀드 등 민간 자본도 일부 자산을 비상장화하거나 소수 지분 투자에 나서며 전력 산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딜로이트 미국 전력·유틸리티·재생에너지 부문의 토머스 키프 수석은 “사모펀드와 인프라 펀드의 관심이 매우 높다”며 “재무적 투자자들은 전력 회사가 제공하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특히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 붐으로 전력 회사들의 성장 전망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일부 기업은 향후 5~10년 동안 매출이 50~10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 수요 증가를 견인하는 것은 AI만이 아니다. 투자은행 라자드의 전력·에너지·인프라 부문 글로벌 총괄인 조지 빌리치치는 “전기화, 제조업의 리쇼어링(국내 복귀), 전기차(EV) 확산, 경제성장(GDP)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큰 축”이라며 “여기에 하이퍼스케일러와 데이터센터 수요가 추가적인 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AI가 없더라도 평년을 웃도는 성장세는 나타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 저장 시설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는 거스를 수 없을 흐름이다”고 평가했다.

M&A 급증으로 규제 당국의 합병 심사는 더욱 까다로워질 수 있다. 전기요금 상승에 대한 정치권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전기 요금은 작년 대비 9% 상승했으며, 이 중 노스캐롤라이나와 사우스캐롤라이나는 8%, 버지니아주는 15% 상승했다.

미 의회에서도 초당적인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크리스 밴홀런, 리처드 블루멘털 상원의원은 데이터센터가 전기요금 상승에 미친 영향을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전력 회사와 빅테크가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을 결국 일반 가정에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워런 상원의원은 블랙록, 블랙스톤, 브룩필드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 KKR에 데이터센터와 전력 회사 지분 보유 현황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지난해 12월에도 블랙록과 블랙스톤의 전력 회사 인수와 관련한 자료를 요청한 바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대형 합병이 전력 회사의 독점력을 강화해 규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비용을 전기요금에 전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과거 넥스트에라는 하와이안 일렉트릭과 듀크 에너지와의 합병도 추진했지만 이 같은 반발에 모두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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