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29일(현지시간) 민주당 추천 인사였던 레베카 켈리 슬로터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해임한 데 대해 찬성 6명 대 반대 3명으로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이 다수를 이룬 대법원은 근무태만과 같은 정당한 사유 없이 정책적 입장차를 이유로 해임할 수 없도록 한 1935년 판례를 폐기했다. 이 판례는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보장하기 위해 대통령의 독립기관 이사 해임 권한을 제한해왔다.
반면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공개 낭독한 반대 의견에서 이번 판결이 “복종과 불안정, 심지어 억압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며 “그 권한은 국민이나 헌법이 아니라 이 법원의 대법관 6명이 부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전미노동관계위원회(NLRB) △공로제보호위원회(MSPB)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등 트럼프 대통령이 위원을 해임한 다른 독립기관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판결을 크게 반겼다. 그는 소설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대통령 권한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역사적 판결 중 하나를 이끌어낸 현직 대통령이 된 것은 큰 영광”이라며 환영했다.
반면 대법원은 쿡 연준 이사 사건에서는 5대 4로 트럼프 행정부의 즉각 해임 요청을 기각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브렛 캐버노 대법관,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이 다수 의견에 섰다.
다수 의견을 작성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연준이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백악관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해온 전통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당장 쿡 이사의 해임을 허용할 경우 대통령이 언제든, 어떤 이유로든, 사전 통보나 사후 사법심사 없이 연준 이사를 해임할 수 있게 된다”며 “이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해임할 수 있다’는 보호 장치를 사실상 임의 해고 제도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의 (그리고 전세계의) 가장 중요한 금융기관 중 하나인 연준의 지위와 관련해 대중을 불확실한 상황에 방치하거나 의구심을 심어줄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다만 로버츠 대법원장은 각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적법한 절차와 이의 제기 기회를 보장한다면 쿡 이사를 다시 해임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금지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미국의 안녕과 관련한 중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즉각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따라 쿡 이사는 해임 무효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연준 이사직을 계속 유지하게 됐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하급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쿡 이사가 주택담보대출 과정에서 사기를 저질렀다며 해임을 발표했다. 연준 역사상 대통령이 이사를 해임하려 한 것은 처음이었다. 쿡 이사가 연준 합류 전인 2021년 6~7월 미시간주와 조지아주 소재 주택을 구매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두 곳을 모두 ’주거주택’으로 기재해 실제보다 더 낮은 금리를 적용받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존 사우어 법무차관(연방대법원 소송대리인)은 올해 1월 이러한 신청 내용이 “최소한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임 사유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통령의 해임 결정은 법원이 심사할 대상이 아니며 쿡 이사에게 청문 절차를 받을 권리도 없다고 주장했다.
쿡 이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내가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오직 무엇이 미국 국민에게 가장 유익한지만 고려해 금리 결정을 계속해왔다는 이유를 내세워 조작된 구실로 해임을 시도한 것”이라면서 “연준이 증거와 독립적 판단에 따라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해 준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