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무서워"…AI발 인플레에 다시 중국산 가성비 제품 찾는 기업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01일, 오후 07:15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메모리반도체와 전력비용 등 인공지능(AI) 발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기업이 다시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란 전쟁과 관세, 안보 위험 등으로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던 흐름이 AI발 인플레이션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챗GPT와 클로드, 딥시크 등 여러 AI모델을 단일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로 쓸 수 있는 플랫폼 오픈 라우터에서 6월 중국 딥시크의 점유율이 1위를 차지했다. 개발자와 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오픈라우터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상위 4개 모델 가운데 2개가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치솟는 AI 비용에 부담을 느껴 중국 AI 모델 사용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요 프리미엄 AI 모델 사용료가 100만 토큰당 4달러 수준인 반면 중국 모델은 0.18달러에 불과했다.

애플도 최근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으로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메모리 반도체 구매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CXMT는 미 국방부의 중국군 관련 기업 명단에 오른 업체로, 미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고 있다. 애플은 2022년에도 키옥시아에서 낸드플래시 수급이 원활하지 않자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MTC) 칩 구매를 추진한 바 있다.

구글은 지난 3월 중국 엔비쿨 등에서 데이터센터용 액체냉각 장비 구매를 검토했다. AI 데이터센터의 고밀도 연산으로 발열 문제가 커지면서 기존 공랭식 냉각만으로는 한계가 커졌기 때문이다. 엔비쿨은 구글 사양에 맞춰 제작한 냉각수 분배 장치(CDU)를 바탕으로 올해 액체 냉각 매출이 분기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구글은 최소 1곳 이상의 다른 중국 공급사와도 유사한 논의를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으로 인한 전력난도 중국산 의존을 줄이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미국에서 전력 수요가 늘면서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다. 2021년부터 2025년 1분기까지 미국이 수입한 ESS의 절반은 중국산이었다. 중국산 ESS는 미국산 제품 대비 30% 이상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논의 33메가와트 규모 데이터센터. (사진=AFP)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논의 33메가와트 규모 데이터센터. (사진=AFP)
미국 전력망이 불안한 상황에서 중국산 부품에 대한 의존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칼을 빼들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태양광 발전 시설과 배터리를 전력망에 연결하는 데 쓰이는 외국산 인버터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중국산 인버터를 겨냥한 조치로,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공공 자금으로 지원되는 에너지 프로젝트에서 중국산 인버터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인버터 생산국으로 선그로우파워서플라이와 화웨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미 보안업체 스트라우더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전력회사 중 85% 이상이 중국산 인버터를 사용하고 있다.

로이터는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 세계적인 경쟁으로 인해 첨단 칩뿐만 아니라 각종 저가 장비 공급까지 부족해지고 있다”며 “미·중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데이터센터 성장에서 중국 공급업체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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