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과 합의 원치 않을 수도"…추가 공습 경고 속 "장기전은 안 해"(종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09일, 오전 03:50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은 사실상 끝난 것 같다며 추가 공습 가능성을 거듭 경고했다. 다만 장기전은 추구하지 않으며 전쟁이 다시 전면전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과의 핵 협상에도 강한 회의를 드러내며 “합의를 하고 싶은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밝혀 외교보다 군사적 압박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베슈테페 대통령궁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77년 역사의 NATO는 미국이 유럽에 대한 안보 관여를 축소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회원국들에 국방비 증액 약속 이행을 요구하면서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베슈테페 대통령궁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77년 역사의 NATO는 미국이 유럽에 대한 안보 관여를 축소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회원국들에 국방비 증액 약속 이행을 요구하면서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열린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 이란의 휴전에 대해 “내가 보기에는 끝난 것 같다(As far as I‘m concerned, it’s over)”고 말했다.

이어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나는 그들과 합의를 하고 싶은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게임을 계속할 수도 있지만 합의를 원할지 모르겠다. 그냥 일을 끝내자(Let‘s just finish the job)”고 말했다. 그는 “나는 더 이상 그들과 협상하고 싶지 않다”며 “이란과 협상을 시도하는 것은 시간 낭비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 이란 지도부를 “매우 합리적이고 상대하기 좋은 사람들”이라고 평가했지만 최근에는 “쓰레기 같은 자들(scum)”, “병든 사람들(sick people)”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그들을 직접 겪어보니 알게 됐다”며 “지난 1~2주간의 행동을 보면 그들은 이란 국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섰지만 그들도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나 역시 사라질 수 있다. 나는 그들의 최우선 살해 표적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군사적 압박도 계속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어젯밤 그들을 매우 강하게 타격했다”며 “오늘 밤에도 다시 강하게 타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몇 척을 공격했고 우리는 그들을 훨씬 더 강하게 때렸다”며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장기전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전쟁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매우 빨리 끝날 것”이라며 “그것은 석유를 포함해 모든 것을 더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군은 이날 새벽 F-35, F-15, F-16, F/A-18 전투기와 무인기 등 약 40대의 항공기를 동원해 이란 내 목표물을 정밀유도무기로 타격했다. 미군은 방공망과 지휘통제시설, 해안 레이더 기지 등 80여 개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은 미국 재무부가 전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상선 공격의 책임을 이란에 돌리며 이란산 원유 판매를 허용했던 제재 예외 조치를 철회한 직후 단행됐다. 미국은 제재와 군사 대응을 동시에 강화하며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합의에 따라 해제했던 이란 항구 봉쇄를 다시 시행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봉쇄를 다시 시행할 수도 있다”며 “그것은 이란만을 대상으로 하는 봉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담수화 시설과 발전소 등 사회기반시설을 공격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도 거론했다.

이번 충돌은 지난 7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상선 3척을 공격했다고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가 발표하면서 격화됐다. 미국은 이에 대응해 이란산 원유 판매를 다시 차단하고 대규모 보복 공습을 실시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핵심 통로다. 지난달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에는 미국이 이란 항구 봉쇄를 해제하는 대신 이란이 걸프 해역에서 상선의 안전한 항행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최근 충돌이 재개되면서 양국은 서로 상대방이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과 관련한 합의를 일방적으로 훼손하고 군사공격까지 감행했다며 “이란은 국가 이익과 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조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최고지도자 측 고문도 미국에 대해 “즉각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미군은 이날 밤사이 이란 내 80여 개 군사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으며, 이에 대해 이란 혁명수비대는 국영방송을 통해 쿠웨이트와 바레인의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양국 간 협상은 현재 중단된 상태다.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관리와 이란 핵 프로그램, 동결된 이란 자금 해제 등을 놓고 후속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란은 지난 2월 분쟁 첫날 암살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 절차를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유가 급등 우려에 대해서도 “유가는 조금 오를 수 있지만 지금은 원유가 과잉 공급되고 있다”며 “우리가 모든 선박을 호르무즈 해협 밖으로 빼냈기 때문에 가격은 다시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이틀 연속 상승했다.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에너지 공급 차질과 인플레이션 우려도 다시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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