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 좋아하는 트럼프, 친우크라로?…러·우 전쟁 태도 바꿨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09일, 오후 05:05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생산을 허용하고, 러시아 본토 타격도 지지하는 등 친(親)우크라이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전장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압박하며 주도권을 일부 되찾자, 승자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꿨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AFP)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한 뒤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패트리엇 지대공 요격미사일을 자국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미국이 페트리엇 생산 허가를 내준 국가는 독일과 일본뿐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훌륭한 아이디어”라며 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깊숙이 타격하는 것을 지지한다고도 밝혔다. 그는 이 같은 심층 타격에 대해 “이는 확전이지만 동시에 전쟁 종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확전”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의 군사 전략에 대해 내놓은 가장 강력한 지지 발언이라고 NYT는 평가했다.

패트리엇 생산 허가를 두고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정치적 지지 선언을 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패트리엇은 매우 복잡한 방공체계로 생산시설 구축과 공급망 확보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발표가 곧바로 전력 증강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집중하기보단 미국이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겠다는 정치적인 제스처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1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그는 지난 2025년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감사할 줄 모른다”, “당신에게는 협상 카드가 없다”고 공개 질책한 바 있다. 러·우 전쟁 종전 협상을 중재하면서 러시아에 편향돼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바뀐 배경에는 최근 전황 변화가 있다.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드론과 자체 개발 미사일을 활용해 크림반도와 러시아 후방의 군수시설, 에너지 인프라를 잇달아 공격하며 러시아의 보급망을 흔들고 있다.

FT는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는 승자를 좋아한다”며 “최근 우크라이나가 승세를 잡기 시작했다는 판단이 이번 태도 변화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오리시아 루체비치 부소장도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고, 러시아가 점차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로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지원이 강화되고 러시아에 대한 압박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루체비치 부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끝없이 파괴할 수 있다는 계산을 바꾸고 전쟁을 멈추도록 만들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을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군사 역량을 대규모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야말로 러시아가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상황 변하면서 러시아도 종전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러시아를 은연중에 압박했다. 그는 또 “우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는 현재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도 미국의 지원 확대를 발판 삼아 러시아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공에서도 스타링크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러시아 내 탄도미사일 기지와 군사시설에 대한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WSJ는 우크라이나의 스타링크 접근 확대 요구는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 깊숙한 곳에 위치한 군사시설과 석유 생산시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해 러시아가 평화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친우크라이나 기조가 장기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유럽 주둔 미군 철수 가능성을 거론하고, 일부 동맹국들의 국방비 지출과 대이란 대응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예측 불가능한 외교 스타일은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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