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 재건한 냉혹한 개혁…월가가 주목한 여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13일, 오후 09:45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한때 월가에서 가장 명망 높던 씨티그룹이 잃었던 명성을 되찾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를 주도한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의 행보에 미 월가가 주목하고 있다. 과감한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 논란을 부른 외부 인사 영입,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밀착까지 그의 공격적 행보 하나하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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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제인 프레이저가 냉혹하게 재탄생시킨 씨티그룹(Jane Fraser’s ruthless remake of Citigroup)‘이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통해 지난 2021년 2월 취임한 프레이저 CEO가 214년 역사의 이 은행을 뜯어고치기 시작해 큰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레이저 CEO가 택한 방향은 ‘기본으로 돌아가기’였다. 하루 수조 달러의 기업 자금을 굴리는 글로벌 현금관리 사업을 핵심 무기로 삼고 나머지는 덜어냈다.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멕시코 4위 은행 바나멕스 지분 49%를 팔았고 ‘보라보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3년간 약 2만개의 일자리를 줄였다. 당시 그는 직원들에게 “변화를 이뤄내도록 돕든지, 아니면 기차에서 내리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프레이저 CEO는 지난 5월 맨해튼 본사에서 주주들에게 “우리는 엔진을 다시 만들었다”며 “이제 그것이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1년간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시가총액을 회복하고 주가가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경쟁사를 앞지른 데에서 나오는 자신감이었다.

은행 밖 지렛대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는 2024년 대선 직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축전을 전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을 공개적으로 깎아내리는 와중에도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씨티는 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다양성·기후 정책 일부를 되돌렸고 총기 회사 거래 제한도 없앴다. 이런 노력은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에 그가 두 명의 여성 기업인 중 한 명으로 동행하는 밑거름이 됐다. 씨티 주식을 보유한 잭스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멀베리 수석시장전략가는 “전임자들이 실패한 은행 재창조에 그가 성공하리라는 데 불신이 많았다”며 “환상적인 일을 해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성기 복귀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많다. 씨티는 2020년 화장품업체 레브론 채권자들에게 780만 달러(118억원)의 이자를 보내려다 9억 달러(1조 3570억원)를 잘못 송금해 4억 달러(6031억원)의 벌금과 규제 당국의 동의명령을 받았고 아직도 헤어나지 못한 상태다. 연간 목표인 유형자기자본이익률(ROTCE) 10~11%는 물론, 중기 목표인 14~15%조차 JP모건이 지난해 기록한 20%에는 못 미친다. 시가총액 역시 2007년 2560억 달러(386조원)에서 2680억 달러(404조원)로 제자리인 사이, JP모건은 1670억 달러에서 9050억 달러(1365조원)로 5배 넘게 불었다.

내부에서는 공격적인 새 문화에 대한 불안도 감지된다. 전직 직원 7명은 FT에 규제 준수의 허점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 직원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규제 당국 대응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씨티가 불편한 문제를 위로 보고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어서 내부 이견을 억누른다”고 지적했다. 씨티의 한 고위 임원은 “최상층부의 행동 변화는 저 성과에 대한 관용을 줄이려는 것이다”며 “모두가 그런 방식을 편하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씨티는 이달 14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프레이저 CEO가 회사를 뜯어고치는 데 그치지 않고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인지, 그를 향한 시장의 질문은 이제 새로운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고 FT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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