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고 남은 자리에 '시신 지방'…美 강타한 비만약의 역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14일, 오후 04:54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사는 43세 미디어 전문 변호사 산드라(가명)는 20대부터 가슴 성형을 고민했다. 하지만 수술의 통증과 긴 회복 기간, 무엇보다 “몸속에 이물질 주머니를 넣는다”는 생각에 번번이 마음을 접었다. 그러다 지난해 여름 새로운 시술을 알게 됐다. 인공 보형물도, 회복 기간도 필요 없다고 했다. 다만 주사기에 담긴 것은 기증받은 시신에서 뽑아낸 지방, ‘알로클레이’(alloClae)라는 제품이었다. 그래도 산드라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괜찮았다”고 말했다.

시신에서 채취한 지방을 몸에 주입해 볼륨을 채우는 시술이 미국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비만치료제로 살을 뺀 사람들이 사라진 곡선을 되찾으려 하면서다. 하지만 기증자와 유족은 자신의 몸이 미용 상품이 될 줄 몰랐다는 점에서 윤리 논란도 커지고 있다.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미국 사회가 그 경계를 시험받고 있다.

13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알로클레이 제조사인 타이거에스테틱스는 지난해 5월 이후 2000명 넘는 환자가 이 제품을 주입받았다고 밝혔다. 시술은 한 시간이면 끝나고 전신마취도, 병원 입원도 필요 없을 만큼 간단해 ‘점심시간 가슴 성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사진=AFP)
(사진=AFP)
◇살 빼고 다시 채운다…비만약이 만든 시장

알로클레이는 자신의 지방을 지방흡입으로 빼내 다른 부위에 옮겨 넣는 기존 시술을 대체하는 제품으로 홍보된다. 이른바 ‘병에 담은 지방’이다. 주사기 하나(12.5cc)에 최대 2250달러(약 337만원)가량 한다.

수요를 폭발시킨 것은 비만치료제다. 이달 나온 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11%가 오젬픽이나 위고비 같은 약을 복용하고 있다. 문제는 살이 빠지면서 원치 않는 부위의 볼륨까지 사라진다는 점이다.

캐럴라인 밴호브 타이거에스테틱스 대표는 “환자들은 체중을 상당히 줄이고 나서, 특정 부위의 볼륨이 사라져 몸이 망가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그들이 보기에 여성성을 정의하는 부위들”이라고 말했다.

LA의 성형외과 전문의 루이스 마시아스는 비만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이 지방을 되돌리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그는 “가슴과 엉덩이, 얼굴에 다시 넣고 싶어 한다”며 “남는 피부를 제거한 뒤 볼륨을 되살리는 아주 흔한 부위들”이라고 설명했다. 주문이 밀려들자 마시아스는 “주사기를 한 번에 잔뜩 사야 해서 영업사원과 계속 통화한다”며 “꼭 내 포르셰 딜러와 얘기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유족은 몰랐다…기증자 이타심 배신한 돈벌이

문제는 그 지방이 어디서 오느냐다. 유족과 기증자는 자신의 몸이 이렇게 쓰일 줄 알고 있을까. CNN은 “항상 그렇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장기 기증은 연방법으로 엄격히 통제된다. 하지만 시신 전체 기증과 이식용이 아닌 인체조직 은행은 사정이 다르다. 규제가 주(州)마다 제각각이고, 연방 차원의 의무 인증이나 면허 제도가 없다. 미 식품의약국(FDA) 규제 대상도 아니다. 해마다 수만 구의 시신을 받는 수백 곳의 시설이 사실상 연방 감독 밖에 있는 셈이다.

밴호브 대표는 기증자가 “매우 방대한 동의서를 작성해야 한다”며 연구용인지, 영리 목적 사용까지 허용하는지 선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그는 “동의서에 ‘장기나 조직을 알로클레이에 기증하겠느냐’고 적혀 있진 않다”고 인정했다.

유족이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한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아서 캐플런 뉴욕대 그로스먼 의대 생명윤리학 교수는 이 산업 전반에 대해 “이타심을 배신해 돈을 버는 것”이라며 “윤리적 문제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규제 당국도 제동을 걸었다. 뉴욕주 보건부는 2024년 10월과 지난 5월 두 차례 이 제품의 유통 면허를 거부했다. 제조사는 보건부에 권한이 없다며 최소 50만달러(약 7억 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미용의학 학술대회(IMCAS) 현장. 본 기사와 직접적 관련은 없음. (사진=AFP)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미용의학 학술대회(IMCAS) 현장. 본 기사와 직접적 관련은 없음. (사진=AFP)
◇“기름지고 덩어리지고 노란색이었다”

부작용 사례도 나왔다. 산드라는 양쪽 가슴에 50cc씩 넣는 데 1만 3000달러(약 1949만원)를 썼다. 시술 두 달 뒤 오른쪽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했고, 피부는 멍든 것처럼 누렇게, 또 보랏빛으로 변했다. 만지면 덩어리도 잡혔다. 지방 괴사였다. 주입한 지방에 혈관이 자라지 못해 몸속에서 죽어간 것이다.

어느 날 샤워를 마친 산드라는 오른쪽 가슴 주사 자국에서 노란 액체가 새어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딱 (주입했던) 알로클레이처럼 보였다”며 “기름지고 덩어리지고 노란색이었다”고 회상했다.

밴호브 대표는 확인된 거부반응이나 감염 사례는 없다면서 “주입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욕의 성형외과 전문의 크리슈나 비야스는 이 제품이 위험이 낮아 보인다면서도, 장기 추적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자신의 병원에서는 쓰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문화비평가 아라벨 시카르디는 알로클레이를 “끔찍하게 편리하다”고 평했다. 그는 “이건 (죽은 이의 몸을 취해 자기 것으로 삼으려는) 고대의 충동이 새롭게 나타난 것”이라며 “사람들은 예전엔 시신을 먹었다. 이제는 몸속에 주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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