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알함브라 한 수퍼마켓에 커피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AFP)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해 전달(2.9%)보다 둔화했고, 전월 대비로는 보합(0.0%)을 기록했다. 근원물가 역시 시장 예상보다 낮았다.
이번 물가 둔화는 에너지 가격 하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에너지 가격은 한 달 동안 5.7% 떨어져 2020년 4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고, 휘발유 가격은 9.7% 급락하며 전체 CPI를 끌어내렸다. 주거비는 2021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고 자동차보험료와 의료서비스 가격도 하락했다. 의류와 중고차 가격도 내려가면서 그동안 우려됐던 관세의 소비자 가격 전가 효과도 상당 부분 약화된 것으로 해석됐다.
◇시장, 7월 인상론 접었다…채권 랠리·증시 상승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이달 2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대부분 거둬들였다. 인상 시점도 9월 또는 10월로 늦춰 반영했다.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14bp(1bp=0.01%포인트) 급락해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고, 달러는 주요 통화 대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뉴욕증시는 국채금리 하락에 힘입어 상승세를 나타냈다.
크레디트사이츠의 잭 그리피스 거시전략 책임자는 “이번 CPI는 7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사실상 테이블에서 치워버렸다”며 “물가가 여전히 높고 중동 상황도 악화하고 있지만 연준이 당분간 관망할 명분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장 후반에는 채권시장 강세가 다소 약해졌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의회 증언에서 “연준은 지속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매파적 기조를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CPI가 모든 것이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시장의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6월 물가는 과거”…중동 변수에 연내 인상 가능성은 남아
전문가들은 이번 CPI가 이미 지나간 경제 상황을 반영한 지표라는 점에 주목했다. 6월 물가는 미국과 이란이 일시 휴전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던 기간의 에너지 가격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지난주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피격 사건 이후 휴전이 사실상 무너졌고 미국과 이란은 다시 군사 충돌에 들어갔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재개했고, 국제유가는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브렌트유는 이날 배럴당 84달러 안팎에서 거래되며 이달 초보다 약 20% 올랐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일주일 전 갤런당 3.79달러에서 이날 3.86달러로 상승했다.
BMO캐피털마켓의 스콧 앤더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휴전과 양해각서 덕분에 에너지 가격이 급락하면서 이번 CPI가 낮아졌지만 지금은 전쟁이 재개됐고 에너지 가격도 다시 오르고 있다”며 “위험의 균형은 올해 어느 시점 금리인상 쪽으로 더 기울어져 있다”고 진단했다.
피프스서드은행의 빌 애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7월 물가 전망은 6월보다 훨씬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금리선물 시장도 연준이 7월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약 60%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주 공개된 6월 FOMC 의사록에서도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의 칼 와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지표는 연준에는 안도감을 주지만 마음을 놓게 만들 정도는 아니다”라며 “에너지와 연료 가격 상승이 운송비를 통해 근원물가까지 번질 경우 향후 몇 달간 물가가 다시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채권운용사 핌코의 티파니 와일딩 이코노미스트도 “이번 CPI는 FOMC 위원들에게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할 수 있는 지표”라면서도 “금리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닫는 것은 아니며 당장의 긴축 압력을 다소 낮춘 정도로 해석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