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각국 '소버린 AI'로 돈 번다…20여개국 관여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15일, 오전 09:5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각국이 앞다퉈 추진하는 ‘소버린 AI’(주권 AI·각국이 자국 데이터·인프라로 직접 개발·운용하는 AI)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정조준하고 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직접 일본을 찾아 국책 AI 기업에 반도체 공급을 제안할 예정이다.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15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황 CEO는 이날부터 이틀간 일본에서 열리는 행사에 등장할 예정이다. 소프트뱅크 등이 세운 AI 개발 기업에 반도체 공급 등을 홍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엔비디아는 이미 세계 20여개국에서 비슷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부연했다.

황 CEO의 공식 방일은 지난해 10월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당시 그는 후지쓰와 AI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기로 한 제휴 등을 공개했다. 지난 5월 하순 이후 대만과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발표했는데, 이번 방일에서는 일본 국책 AI 기업 ‘노에트라’와의 제휴가 주목된다.

노에트라는 소프트뱅크와 NEC, 혼다, 소니그룹 4개사가 중심이 돼 설립한 기업으로, 물리적 세계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의 기반 모델을 개발한다. 제조업 등 일본 내 44개사가 출자했고, 정부도 최대 1조엔(약 9조1918억원)을 지원한다. 노에트라는 개발 기반에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를 쓸 것으로 보여, 황 CEO는 특기인 ‘직접 세일즈’에 나선다.

각국이 소버린 AI에 힘을 쏟는 것은 AI가 경제안보 측면에서 전략 물자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달 앤스로픽의 첨단 AI 모델 ‘미토스’(Mythos) 등을 외국인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라고 지시했다. 제공은 이달 1일 재개됐지만, 이 조치로 각국의 위기감은 오히려 증폭됐다. 최첨단 AI 모델 개발을 미국 기업들이 사실상 독점한 상황에서, 미 정부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 외국의 이용이 막힐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긴장 관계인 유럽에서는 프랑스가 자국 AI 신생기업 미스트랄AI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한다. 미국의 최대 경쟁자인 중국은 딥시크 등 AI 모델 개발 기업과 화웨이 반도체 등을 앞세워 정부 주도로 독자적인 AI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국영 AI 기업 G42가 주도해 엔비디아 등과 손잡고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엔비디아에는 소버린 AI가 새로운 수익 기회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는 물론 인도와 UAE 등 20여개국의 AI 개발 계획에 참여하고 있다. 각국의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AI 반도체를 공급하면서, 올해 1월로 끝난 회계연도의 소버린 AI 관련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300억달러(약 44조7300억원)를 넘어섰다.

소버린 AI에 공들이는 데는 위험을 분산하려는 목적도 있다.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용 매출은 절반 이상을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하이퍼스케일러) 5곳이 차지한다. 주가는 지난 5월 이후 부진하지만, 소버린 AI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 투자자 기대가 되살아나 주가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소버린 AI를 둘러싼 개발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앞서가는 미국과 중국에 맞서기 위해 국가 간 연합 움직임도 나타난다. 캐나다의 유력 AI 기업 코히어는 소버린 AI 개발을 밀어붙이기 위해 독일 동종 업체를 통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다만 엔비디아가 소버린 AI의 수혜를 온전히 누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로이터통신은 이달 1일 프랑스 규제당국이 엔비디아를 반경쟁 행위 혐의로 고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거액의 과징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엔비디아 독주’ 체제를 깨려는 경쟁사들도 소버린 AI용 반도체 공급에 힘을 쏟고 있다. 미 반도체 신생기업 세레브라스 시스템스는 2027년 말까지 노르웨이와 핀란드, 프랑스 등에서 자사 반도체를 탑재한 데이터센터를 200메가와트(㎿) 규모로 넓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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