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왼쪽)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사진=AFP)
반면 20년 가까이 최대 기부처였던 게이츠 재단은 이번 명단에서 빠졌다. 버핏 회장은 2006년부터 게이츠 재단에 매년 기부해왔으며 지금까지 470억달러(약 70조770억원)가 넘는 돈을 냈고, 지난해에도 상당한 금액을 보탰다. 1990년대 초부터 이어진 두 사람의 우정은 2010년 세계 억만장자들에게 재산 일부를 사회에 내놓도록 독려하는 ‘기빙 플레지’(재산 기부 서약) 운동을 함께 시작할 만큼 각별했다.
하지만 버핏 회장은 2024년 남은 재산을 가족 재단에 넘기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의 기부는 빌 게이츠나 전처인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가 생존해 재단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조건에 묶여 있었는데, 게이츠 부부는 2021년 이혼했고 프렌치 게이츠는 2024년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게이츠와 엡스타인의 관계는 2020년경 처음 알려졌고, 게이츠는 그 직후 버크셔 이사회에서도 물러났다. 그런데 최근 미 법무부의 엡스타인 수사 자료가 공개되면서 두 사람의 유착을 둘러싼 새로운 정황이 드러났고, 이것이 올해 기부 명단에서 게이츠 재단이 빠진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버핏 회장은 지난 3월 “그 일이 전부 공개된 뒤 게이츠와 대화한 적이 없다”며 “엡스타인 수사에서 증인으로 불려나갈 처지에 놓이고 싶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게이츠 역시 지난달 엡스타인을 조사하는 미 하원 위원회에 나와 버핏 회장과 마지막으로 대화한 것은 지난 1월이라며 “엡스타인 파일이 공개되기 전이었다”고 진술했다.
마크 수즈먼 게이츠 재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직원들에게 재단 직원들과 엡스타인 사이에 무산된 모금 계획을 두고 오간 연락이 “매우 불편하고 참담하다”며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밝혔다.
다음달 96세가 되는 버핏 회장은 남은 버크셔 지분도 8년 안에 모두 정리하겠다고 이날 재확인했다. 그는 “내 목표는 약 8년 안에 버크셔 주식을 전부 처분하는 것”이라며 “2034년 12월 31일까지 세 자녀가 이를 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게이츠 재단은 “수십 년간 우리 활동을 지원해준 데 감사한다”며, 빌 게이츠의 2000억달러(약 298조2000억원) 기부 약속에 힘입어 2045년까지 탄탄한 재정으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