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 칭호까지 받은 캄보디아 부동산 재벌도 거대 범죄단지 연루 의혹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15일, 오후 09:27

[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캄보디아 왕실로부터 공작 칭호까지 하사받은 현지 유명 부동산·카지노 재벌이 세계를 무대로 장사해 온 거대 온라인 금융사기 및 인신매매 범죄단지의 ‘실소유주’라는 정황이 폭로됐다. 해당 재벌은 일반적인 시세를 무려 8배나 초과하는 터무니없는 임대료를 범죄 조직으로부터 챙기며 사기 범죄를 사실상 은폐·방조해 왔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캄보디아 오스막 지역 범죄단지. (사진=연합뉴스)
캄보디아 오스막 지역 범죄단지. (사진=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유력 재벌인 림 헹(Lim Heng) 상공회의소 부회장이 이끄는 ‘림헹 그룹’이 태국 접경지대인 우다르미언쩨이주 오스막 지역의 대규모 범죄단지(사기작업장) 건물들의 진짜 주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은밀한 유착 관계는 지난해 캄보디아군과의 교전 과정에서 해당 국경 지역을 장악한 태국군 관계자들의 현장 조사와 탈출한 피해자들의 폭로를 통해 드러났다. 태국 군경 당국 역시 림헹 그룹이 사기작업장으로 활용된 건물들의 등기상 소유주임을 공식 확인했다.

확보된 2024년 3월 자 내부 임대차계약서에 따르면 림헹 그룹은 자사 소유의 ‘로열 힐’ 카지노 부지 내 건물 3채를 한 중국인 임차인에게 2년간 임대해 주기로 합의했다. 이 계약서에 명시된 월세는 무려 20만 달러(약 3억원)에 달한다. 이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최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비슷한 규모의 초대형 건물 임대 시세(월 2만 5000달러)와 비교해도 8배를 훌쩍 넘는 비정상적인 금액이다.

수십 미터 거리의 초인접 부지에서 카지노를 정상 운영하던 림헹 그룹이 이러한 비상식적인 임대료를 수수하면서 건물의 범죄 목적 활용을 몰랐을 리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실제 태국군이 진입해 확보한 오스막 범죄단지 내부에서는 중국,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브라질 등 최소 7개국의 사법당국 경찰서를 그대로 본뜬 정교한 방송용 세트장과 조작된 경찰 제복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범죄 조직들은 이곳에서 다국적 피해자들을 감금한 채 각국 경찰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및 온라인 투자 사기 범행을 기업형으로 벌여왔다.

탈출에 성공한 한 태국인 여성 피해자는 “소셜미디어(SNS) 구인 광고에 속아 오스막 단지로 끌려온 뒤, 곤봉을 든 폭력 경비원들의 감시 속에 하루 종일 경찰 사칭 사기를 강요당했다”며 “할당된 사기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한 일꾼들은 밀실에서 잔혹한 체벌과 처벌을 견뎌야 했다”고 증언했다.

림헹 그룹이 인신매매나 사기 범행에 직접 손을 댔다는 물증은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 하지만 범죄 사실을 최소한 인지하고도 이를 악의적으로 덮으려 한 정황은 포착됐다.

림헹 그룹은 이곳 단지의 실상이 드러나기 시작하던 2024년 9월, 외국인들이 강제 감금되어 사기 노동을 하고 있다는 심층 보도를 내보낸 캄보디아 현지 언론사 두 곳을 상대로 강력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보도를 진행했던 현지 베테랑 언론인 뻰 누온은 “취재 내용은 100% 진실이었으나, 재벌 측의 무차별적인 소송 폭탄과 변호사 조언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기사를 내리고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폭로했다. 최소한 이때부터는 자사 건물에서 중범죄가 자행되고 있음을 인지하고도 언론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확증이다.

글로벌 시민단체인 ‘캄보디아 인권행동연합’ 측은 “캄보디아 현행법상 건물 소유주가 임대 목적물이 심각한 인신매매나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쓰이고 있음을 인지하고도 고액 임대료 취득을 위해 이를 묵인하고 방치했다면, 이는 명백한 범죄 방조 및 공동정범 혐의로 형사 기소 대상에 해당한다”며 현지 사법당국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실제 현지에서 기소와 처벌이 엄정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그룹 총수인 림 헹은 캄보디아 상공회의소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정재계 거물이다. 특히 캄보디아 왕실로부터 최고 권위의 공작 칭호인 ‘니억 옥냐(’Neak Oknha)까지 하사받은 초유력 인사다.

림 헹은 평소 캄보디아 군부의 최고위 장성들과 긴밀한 사교 모임을 정기적으로 주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소속된 상공 상인 협회를 통해 지난해에만 군부대에 2만 달러(약 3000만원)에 달하는 현금을 기부하는 등 정관계에 두터운 방탄 인맥을 형성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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