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는 사람만 이민 오라"…美, 영주권에 1.5억원 '보증금' 검토(종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16일, 오전 08:5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에서 영주권을 신청하는 일부 외국인에게 1인당 10만달러(약 1억 4885만원)의 보증금을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외국인의 이민을 걸러내겠다는 취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500만달러(약 74억원)짜리 ‘골든 비자’ 홈페이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1일부터 대기자 명단 접수를 개시했다. (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500만달러(약 74억원)짜리 ‘골든 비자’ 홈페이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1일부터 대기자 명단 접수를 개시했다. (사진=AFP)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 국무부가 저소득 외국인의 이민을 제한하고 미국으로 이주하는 이민자가 스스로 생계를 꾸릴 수 있도록 해외 영주권 신청자 일부에게 10만달러를 보증금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증금은 미국에 영구 이민하려는 이민비자 신청자에게 적용된다. 금액은 개별 사례에 따라 10만달러보다 많거나 적을 수 있다. 미 국무부는 우선 소수 국가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청자는 보증금을 낸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야 이를 돌려받을 수 있는데, 이 과정에만 최소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영주권자가 미국에 정착한 뒤 스스로 생계를 꾸리지 못할 경우 보증금을 담보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민자의 친척이 대신 보증금을 낼 수도 있다.

토미 피곳 미 국무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이민하려는 사람은 재정적으로 자립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국무부는 이민국적법(INA)상 기존 권한을 활용해 일부 비자 신청자에게 “스스로를 부양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갖췄음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보증금을 요구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이민변호사협회의 샤르바리 달랄-데이니 정부관계 부문 책임자는 높은 보증금이 이민을 단념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보증금의 목적은 특정 유형의 이민자를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방안이 결국 부유층만 미국을 방문하거나 가족과 재회하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이민비자는 주로 미국 시민의 배우자·부모·형제자매 등 가족이 사용하며, 미 국무부는 연간 약 50만건을 발급해왔다. 다만 올해 발급 건수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대부분의 이민 희망자가 미국인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만큼, 보증금이 나중에 환급된다 해도 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참모들은 집권 1기 때부터 공적 지원에 기댈 것으로 보이는 이민자의 영주권·시민권 취득을 막을 방법을 모색해왔다. 이런 시도는 2019년 ‘공적부담 규칙’으로 이어졌다. 영주권 신청자의 순자산은 물론 학력·영어 능력·장애 여부까지 따지는 심사다. 이와 별개로 이민자는 미국에서 영주권을 받더라도 이후 최소 5년이 지나야 식비 지원이나 의료 보조 같은 대부분의 연방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초 파키스탄·나이지리아·브라질 등 75개국에 대한 이민비자 처리를 중단했다. 지난 1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이 조치는 보증금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유지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또 지난해 8월부터 말라위·잠비아 등 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관광비자 신청자에게 최대 1만 5000달러(약 2233만원)의 환급형 보증금을 물리는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으며, 대상 국가는 현재 50개국으로 확대됐다. 국무부는 보증금을 낸 관광비자 소지자의 약 97%가 체류 기한을 넘기지 않았다며 초기 성과가 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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