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차이나 게이트' 발언에…외신들 "팩트와 프레이밍은 별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17일, 오전 11:27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중국이 미국 유권자 2억2000만명의 정보를 불법 취득했다”고 주장한 대국민 연설 직후,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자체보다 그 발언이 실제 정보당국 평가와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져보는 모습을 보였다. 대체로 “팩트와 트럼프의 프레이밍(사안을 특정 관점으로 규정해 제시하는 방식)은 별개”라는 시각이 두드러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개별 사실관계 자체는 정보당국 보고서에 근거를 둔 것이지만, 이를 ‘선거 조작’으로 연결 짓는 해석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선거 보안에 관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선거 보안에 관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전례 없는 선거 안보 악몽”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이 유권자의 이름, 연락처, 정당 선호도 등 민감정보를 포함해 2억2000만건의 파일을 불법 취득했다며 이를 “전례 없는 선거 안보 악몽”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또 국토안보부(DHS) 조사를 인용해 주(州) 유권자 명부에 약 27만8000명의 비시민권자가 등록돼 있다는 조사 결과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CNN은 이 비시민권자 수치를 산출한 프로그램이 과거에도 수치를 부풀린 전력이 기록돼 있다고 지적했다.

CBS뉴스는 연설 전부터 이번 발언의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이는 정보당국 평가 내용을 미리 짚었다. 2021년 국가정보위원회(NIC) 평가는 중국이 여러 주(州)의 유권자 등록 데이터를 분석했다고 밝혔지만, 그 목적은 2020년 미 대선에 대한 여론 분석이었다고 설명했다. CBS는 중국의 유권자 데이터 접근 의혹과, 중앙정보국(CIA)이 이를 인지하고도 트럼프 대통령 1기 임기 중 공유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연설의 한 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외신들이 공통으로 강조한 대목은 ‘데이터 접근’과 ‘선거 조작’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이다. CBS뉴스는 다수 주가 유권자 데이터를 온라인에 공개하거나 상업적으로 판매하고 있어 공개된 유권자 정보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곧바로 부정선거를 저지를 수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이어 4년 전 공개된 2020년 정보 보고서는 중국이 2020년 미 대선에 대한 여론 분석을 위해 여러 주의 유권자 등록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정보당국 내부 평가도 단일하지 않다는 점이 여러 매체에서 재확인됐다. CBS는 사이버 담당 국가정보관이 중국이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저지하려 시도했다는 ‘소수 의견’을 냈지만, 동시에 중국이 선거 프로세스 자체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데는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즉 ‘중국이 트럼프에 불리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견해와 ‘투표 시스템을 조작했다’는 주장은 정보당국 평가상으로도 구분되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중국 “내정 불간섭 원칙”…정면 부인

중국 측은 연설 전부터 강하게 반발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류창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중국은 시종일관 타국 내정 불간섭 원칙을 지켜왔다”며 “미국 선거는 미국의 내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선거 결과는 미국 국민의 투표로 결정되는 것이며, 중국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이번 발언의 정치적 타이밍에도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세이브 아메리카법(유권자 신분증법) 통과를 압박해온 만큼, 이번 연설이 해당 법안 처리 동력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공화당 내에서도 2020년 대선 재론에는 회의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존 튠 상원 원내대표는 뉴욕타임스(NYT)에 “그 선거는 2020년에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며 “2026년 선거야말로 (조지아주 등에서) 의석을 되찾을 기회”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르면 17일 국토안보부 브리핑을 통해 추가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실제 기밀 자료가 공개된 뒤에도 ‘정보 접근·분석’과 ‘선거 결과 조작’을 구분해 검증하는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선거 보안에 관한 대국민 연설을 마친 뒤 손짓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선거 보안에 관한 대국민 연설을 마친 뒤 손짓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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