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왼쪽)와 도키타 다카히토 후지쯔 CEO가 지난 16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가와사키중공업은 엔비디아와 조선용 AI 로봇을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다. (사진=AFP)
일본이 말하는 국산 AI란 모델 설계와 데이터 보관, 학습·운용, 지식재산권 등을 자국이 맡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AI 기반의 뿌리인 연산 엔진은 엔비디아에 매달리는 구조가 된다.
황 CEO는 지난 15~16일 일본에 머물렀다. 엔비디아는 이 기간 공식 블로그에 그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올렸다. 자사 행사와 세가 공동 행사에서 시작해 일본 기업 임원들과의 간담회, 오찬, 가죽 재킷 차림의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과 나란히 선 연설까지 이어졌다. 블로그 제목은 ‘엔비디아와 일본, 모든 산업에 AI와 로보틱스를 도입’이었다. 토요타자동차와 캐논, 아스텔라스제약 등이 줄줄이 거론됐다.
일본 기업들도 제휴와 협업 소식을 앞다퉈 내놨다. 히타치제작소는 사람 손이 거의 필요 없는 ‘자율형 공장’의 작동 검증에서 협력하기로 했고, 미쓰비시중공업은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에 엔비디아 기술을 쓰기로 했다.
산업계가 발을 맞춰 ‘열렬 환영’에 나선 셈이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한 기업 간부는 “제휴니 협업이니 해도 내용은 엔비디아 반도체를 사는 것뿐인데”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황 CEO는 세계 곳곳을 직접 돌며 영업하는 방식으로 엔비디아 브랜드를 키워왔다. 일본 기업 입장에서도 엔비디아라는 이름을 빌려 주주에게 내세울 재료가 필요했다.
이런 처지는 일본만의 것이 아니다. 자기 힘으로 AI 기반을 완성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엔비디아는 영국과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등 20개가 넘는 나라의 AI 개발에 발을 걸치고 있다. 애초 ‘주권(소버린) AI’라는 개념부터 황 CEO가 그 중요성을 강조해온 것이다. 각국이 자국 AI의 중요성에 눈을 뜨면서 국가 예산으로 엔비디아의 AI 기반을 사들이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터넷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자국 기업만으로 첨단 AI 데이터센터를 꾸릴 수 있는 ‘컴퓨팅 주권’을 가진 나라는 미국과 중국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인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태가 이어지면, 미 정부가 수출 규제를 발동할 경우 자국 AI 기반이 통째로 멈춰 설 위험이 있다.
황 CEO는 지난 16일 경제산업성 행사에서 일본 산업 현장의 지식을 두고 “나라의 보물”이라고 치켜세웠다. 다만 닛케이는 그가 대만과 한국에서도 같은 말을 되풀이해왔다며 세일즈 화법의 성격도 있다고 짚었다.
신문은 “‘AI 시대의 스타’ 방일에 일본 산업계가 열광했지만, 협업과 제휴의 진짜 성과가 시험받는 것은 지금부터”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