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빅3 추격'…그뒤엔 '주이밍' 뚝심 있었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19일, 오후 09:4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 토종 반도체 기업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안방을 넘보면서 반도체 업계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산한 독일·일본 기업의 특허와 인력을 주워담아 쌓아 올린 결과다. 창업 10년 만에 세계 D램 4위에 오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그 주인공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8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CXMT는 이달 안에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과학혁신판)에서 상장과 함께 86억 달러(약 12조 8140억원)를 조달할 예정이다. 올해 아시아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로 시장에선 이달 24일 상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파른 성장세가 이를 가능케 만들었다는 진단이다. CXMT의 D램 시장 점유율은 아직 8%에 그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로 올해 1분기 삼성전자(38%)와 SK하이닉스(29%), 마이크론(22%) 등 3강에 견주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 3%에서 1년 만에 8%로 올라설 만큼 속도가 빠르다. 3강도 마음을 놓지 못한다는 얘기다.

CXMT는 2016년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출발했다. 반도체 설계업체 기가디바이스 창업자인 주이밍이 허페이시 정부와 손잡고 25억 달러(약 3조 7250억원)를 넣었다. 2000년대 초 실리콘밸리 엔지니어였던 그는 메모리 산업의 무게중심이 미국에서 일본과 한국, 대만으로 옮겨가는 것을 지켜봤다. 2004년 투자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이제 중국이 이 산업에서 역할을 할 때”라고 적었다.

중국의 메모리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두 차례 뛰어들었다가 경기 침체로 반도체 값이 무너지며 모두 무산됐다. 주이밍은 2018년 기가디바이스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내려놓고 CXMT CEO로 옮기면서 흑자를 낼 때까지 급여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기술은 다른 기업의 잔해에서 건져 올렸다. 2007~2009년 금융위기로 파산한 독일 메모리 업체 키몬다에서 D램 특허와 설계도를 확보했다. 파산한 일본 엘피다메모리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력도 공격적으로 끌어갔다. 2019년 말 첫 공장을 돌리며 상업 생산에 들어갔고, 2020년에는 국가반도체산업투자기금 2기, 이른바 ‘빅펀드’ 지원까지 받아 지방 사업에서 국가사업으로 올라섰다.

미국의 수출 규제 역시 역설적으로 도움이 됐다. CXMT로 하여금 오히려 우회로를 찾도록 했기 때문이다. 3강은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로 회로 선폭을 11나노미터(㎚)까지 좁혔다. EUV를 살 수 없는 CXMT는 한 세대 낮은 심자외선(DUV) 장비에 여러 번 나눠 새기는 방식을 붙여 19나노에서 16나노까지 밀어붙였다. EUV 없이 11나노급에 닿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성적표도 달라졌다. AI 열풍으로 D램 품귀가 심해지자 지난해 처음 흑자를 냈고, 올해 1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719% 뛰었다. 공장 3곳에서 월 30만장 넘는 웨이퍼를 찍어내고, 연말에는 35만장으로 마이크론에 근접할 전망이다.

(사진=AFP)
(사진=AFP)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자금력과 기술에서 3강과의 뚜렷한 격차가 이를 방증한다. 기업가치는 800억 달러(약 119조 2000억원)로, 시가총액이 1조 달러(약 1490조원)에 육박하는 3강과 견주기 어렵다. 3강이 이미 HBM4를 출하하는 사이 CXMT의 목표는 연말 HBM3 양산이다.

독립 반도체 애널리스트 앤드루 루는 CXMT가 주류 D램 기술보다 2~3년 뒤처져 있으며 HBM 격차는 더 크다고 진단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CXMT의 HBM 점유율을 내년 0.4%, 2028년 3%로 내다봤다. 그럼에도 판은 흔들리고 있다고 마켓워치는 평가했다. 마이크론의 주요 고객이던 애플이 CXMT D램을 사게 해달라며 미국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CXMT는 미 국방부의 중국군 연계 의심 기업 명단에 올라 있는 회사다.

마이크론은 2035년까지 미국에 2500억 달러(약 372조 5000억원)를 투자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중국 기술 분석가 포 자오는 “메모리 품귀가 기술 디커플링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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