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딸깍’ 설교 확산에…"신앙 AI에 의존 안돼" 美 찬반 논쟁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20일, 오후 05:32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미국 교회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설교 준비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논쟁 거리가 되고 있다. 일부는 목사들이 설교 준비 시간을 줄여 교인과 더 많은 교류를 할 수 있게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신앙까지 AI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사진=AFP)
(사진=AFP)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목사들이 챗GPT와 클로드 등 생성형 AI를 활용해 설교를 작성하고 교회 운영에 접목하는 사례가 늘면서 ‘교회에서 어디까지 AI를 허용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 교회에서는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 종교 연구기관 바나그룹에 따르면 미국 목사의 절반은 브레인스토밍이나 아이디어 발굴에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설교 작성에 AI를 이용하는 비율도 2024년 12%에서 현재 약 25%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오클라호마시티 바이블 감리교회의 담임목사인 대럴 스테틀러는 설교를 준비할 때 성경 구절 조사와 설교 사례, 표현 정리 등을 챗GPT와 클로드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다. 그는 챗GPT 상위 1% 사용자이자 AI를 연구하는 목사 500여 명이 참여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설교 사례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도구까지 직접 개발했다.

스테틀러가 AI를 적극 활용하는 이유는 시간 때문이다. 일곱 자녀를 둔 그는 생계를 위해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다른 목사들을 위한 교육자료도 제작한다. 과거에는 설교 한 편을 준비하는 데 10~15시간이 걸렸지만 AI가 자료 조사와 초안 작성을 맡으면서 준비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그는 “AI가 돌려준 시간은 결국 병원 심방과 교인 상담 등 사람을 돌보는 데 사용된다”고 말했다.

AI를 교회 운영 전반에 활용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캘리포니아의 저스틴 레스터 목사는 자신의 설교만 학습하는 소형 언어모델 ’파스토GPT’를 개발했다. 이 모델은 유튜브에 올라오는 새 설교를 자동으로 학습하고, 교인들이 챗봇에 털어놓는 고민을 익명으로 분석해 반복되는 상담 주제를 알려준다. 그는 AI를 통해 청소년들의 학교 폭력 고민이 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한 뒤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목사는 예배에 챗GPT가 작성한 기도문을 사용하거나 찬송가를 직접 만들어 쓰기도 한다고 WSJ은 여러 목사들과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반면 AI 활용이 설교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교황 레오 14세는 올해 초 성직자들에게 “참된 강론은 신앙을 나누는 행위이며 AI는 이를 대신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 노터데임대 철학과의 메건 설리번 교수도 “설교문을 AI에 맡기는 것은 설교가 갖는 의미를 근본적으로 오해한 것”이라며 “교회는 사람들이 다른 인간과 직접 마주하는 몇 안 되는 공간인데, 이를 AI에 넘기는 것은 마르틴 루터가 무덤에서 몸을 뒤집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스테틀러도 AI의 한계를 보여주는 경험을 했다. 2년 전 남태평양 선교사에 관한 설교 자료를 급히 준비하면서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예배 슬라이드에 사용했다가 예배 후 한 교인으로부터 “배경에 상반신을 노출한 여성이 들어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즉시 사과했고, 이후 AI를 처음 사용하는 목사들에게 이 사례를 반드시 소개하며 “AI가 만든 결과물은 사람이 끝까지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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