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유 바닥났는데 원유 우회로마저 막혀…최악 오일쇼크 온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21일, 오후 09:58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이 이어지는 가운데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면서 중동의 양대 원유 수송로가 동시에 위협받고 있다. 후티가 실제 선박 공격을 재개하면 세계 원유 공급망은 물론 국제유가와 해상 운임, 글로벌 물류까지 연쇄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후티의 봉쇄 선언 직후 홍해 항로의 전쟁위험 보험료는 선박 화물 가치의 약 0.3%에서 0.75% 수준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일주일 운항 기준 선박 한 척당 수십만 달러의 추가 보험료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영국 해상보안업체 앰브리는 사우디 국적·소유·운영 선박은 물론 사우디 항만을 오가거나 홍해 연안 항만에 기항하는 모든 선박의 공격 위험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후티가 과거 선박의 소유관계를 잘못 파악해 무관한 선박을 공격한 전례가 있어 사우디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선박 모두가 잠재적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닌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구조적 위기로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 원유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출구이고,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이를 홍해와 수에즈운하를 거쳐 유럽과 아시아로 연결하는 관문이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해상 통로 두 곳이 동시에 위협받는 것은 최근 수십 년간 보기 드문 상황이라는 평가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홍해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사우디는 동부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를 동서 송유관을 통해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보내 수출하고 있다. 케이플러에 따르면 최근 몇 주간 얀부항의 원유 선적량은 하루 평균 400만 배럴로 1년 전보다 네 배 이상 증가했다. 석유제품을 포함한 선적량은 하루 450만 배럴을 웃돌았으며 약 70%가 아시아로 향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한 원유와 석유제품도 지난달 하루 740만 배럴로 지난해보다 76% 증가했다. 해협이 완전히 봉쇄되면 세계 석유 공급량의 최대 7%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우디의 우회 수송 능력에도 한계가 있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은 수에즈운하를 통과할 수 없고, 이집트 수메드(SUMED) 송유관 역시 처리 용량이 제한적이다.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막히면 상당수 유조선은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우회해야 한다.

케이플러의 맷 스미스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는 “얀부항에서 출발해 아시아로 향하는 원유는 희망봉 우회 시 최대 한 달가량 인도가 지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운항 거리와 기간이 늘어나면서 운임과 보험료 상승이 국제유가와 석유제품 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후티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실질적으로 봉쇄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15~12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도 제기한다.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에너지 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략비축유 상당 부분을 이미 사용한 상태여서 공급 충격을 흡수할 여력도 과거보다 떨어졌다는 평가다. 한국도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만큼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하면 연료 가격과 전기·가스 요금, 항공·해운 운임, 소비자물가 전반으로 부담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후티의 선언보다 글로벌 선사들의 실제 대응을 더 중요한 변수로 보고 있다. 머스크와 하파크로이트, MSC, CMA CGM 등 주요 해운사가 다시 홍해 운항을 중단하고 희망봉 우회를 선택하면 공급망 불안은 빠르게 현실화될 수 있다. 후티는 2023년 11월 이후 홍해와 아덴만을 지나는 선박 100척 이상을 공격했고, 이 여파로 수에즈운하 통항량은 지난해 말 기준 2023년보다 52%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협이 사우디와 예멘 간 분쟁을 넘어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다고 분석한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예멘 담당 선임 분석가 아흐메드 나기는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충돌이 확대되면 그 영향은 사우디를 넘어 세계 무역과 에너지 시장 전체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후티 반군 대변인 야히야 샤리는 TV 연설을 통해 즉각적인 사우디 해상 봉쇄를 선언하며 “봉쇄에는 봉쇄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우디 외무부는 “국제법에 따라 자국 선박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 연합군도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보호 작전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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