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우디와 평화적 원자력 협력 협정 체결” 공식화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23일, 오전 06:56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평화적 원자력 협력 협정을 22일(현지시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사우디에 원자로를 건설하거나 사우디가 자국 원자로용 핵연료를 직접 농축할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는 평화적 원자력 협력 협정(123 협정)과 이에 수반되는 양자 안전조치 협정에 이날 서명했다. 이는 향후 미 의회에 제출돼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사우디의 실권자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AFP)
사우디의 실권자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AFP)
에너지부는 “이 협정은 핵 비확산을 비롯한 여러 핵심 경제·전략적 목표를 진전시키는 수십 년간 지속될 수십억달러 규모의 협력 관계를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면서 “미국 기업들이 사우디 원자력 에너지 프로그램에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이를 통해 미국 산업계와 근로자, 공급망이 혜택을 받는 동시에 사우디의 에너지 수요 충족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에너지부는 “이 협정은 높은 수준의 원자력 안전과 보안, 핵 비확산 기준을 유지하고 민간 원자력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 우위를 강화함으로써 미국과 중동 지역의 안보 증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협정을 통해 사우디는 자국 전력 공급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대체 에너지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미국 기업들은 향후 30년간 사우디 원자력 에너지 프로그램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이번 발표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5개월째 막바지로 접어드는 가운데 나왔다.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역내 미국 동맹국들을 강타하면서 사우디와 주변국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이란이 보복 차원에서 걸프 지역 석유·가스의 핵심 수출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해 사우디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석유 비축량이 압박받고 휘발유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한편, 이를 통해 미국이 사우디의 핵 농축 가능성을 허용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각에선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월스트리터저널(WSJ)은 수백억달러 규모로 평가되는 이번 협정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는 미국과 사우디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연구에서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미국 기업들이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건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디나 에스판디아리 애널리스트는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미국 핵 비확산 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며 중동에서 핵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면서 “미국은 이란과 전쟁을 벌이면서 막으려 했던 바로 그것, 즉 우라늄 농축을 사우디에는 허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사우디에 이번 합의는 단순히 원자력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미국을 사우디 안보 체제에 더욱 깊숙이 끌어들이고 미국이 사우디 안보에 이해관계를 갖도록 만드는 또 다른 방식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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