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는 이날 성명에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에너지 충격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전체 영향은 아직 모두 나타나지 않았다”며 “에너지 충격의 강도와 지속 기간, 간접 효과 및 2차 파급효과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미리 약속하지 않고, 경제지표가 나올 때마다 회의별로 판단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ECB는 현재의 통화정책이 변화하는 경제 상황에 대응하기에 충분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추가 긴축 여부는 향후 물가와 경기 흐름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결정 이후 금융시장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2bp(1bp=0.01%포인트) 오른 3.19%를 기록했고, 장중에는 3.21%까지 오르며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진 영향이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약 0.2% 하락한 1.139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9월 0.25%포인트 추가 금리 인상을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연말까지 한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도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ECB는 지난달 주요 7개국(G7)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이란 전쟁 이후 금리를 인상했다. 당시 ECB는 전쟁으로 촉발된 물가 상승 압력이 에너지 부문을 넘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유로존 경제도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현재는 추가 긴축이 필요한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9월 회의가 추가 금리 인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에는 ECB의 새로운 경제전망과 직전 두 달간의 물가 지표, 기업경기 조사 등 주요 경제지표가 모두 공개돼 정책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동 정세는 다시 악화하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2척을 공격했다고 밝히면서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했다.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6월 2.8%까지 둔화했던 유로존 소비자물가에도 다시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CB 내부에서도 경계감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비둘기파’인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왔다”고 평가했고, ‘매파’ 성향의 요아힘 나겔 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ECB는 경계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CB는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올해 유로존 물가상승률을 3.0%로 예상했으며 2027년 2.3%, 2028년에는 목표치인 2.0%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2028년까지도 목표치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ECB는 2008년과 2011년 경기 둔화 국면에서 금리를 인상했다가 다시 인하했던 사례를 분석한 결과, 향후 추가 긴축을 미리 약속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중동에서 교전이 재확대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면서 지난달 금리 인상은 적절한 조치였다는 평가가 ECB 내부에서 힘을 얻고 있다. 현재로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 모두 조기에 평화협상을 재개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중동발 인플레이션 위험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