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집행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02억달러(약 14조 9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약 5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2025년 전체 미국 투자액도 257억달러(약 37조 6000억원)로 전년보다 약 15% 늘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표적인 예가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최근 1년 동안 각각 세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올해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인 약 600조원(약 409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는 이러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AI 공급망 전반의 미국 기업에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400억달러(약 58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첨단 반도체 시설에 약 40억달러(약 5조원)를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삼성벤처투자는 지난달 AI 데이터센터 냉각 전문기업 주타코어(ZutaCore)의 1억달러(약 1500억원) 이상 규모 투자 유치에 참여했다. 주타코어는 물을 사용하지 않는 반도체 직접 냉각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삼성은 지난해 AI 추론용 반도체 기업 그록의 7억5000만달러(약 1조원) 규모 자금 조달에도 참여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월 미국 혁신기업에 100억달러(약 14조원)를 투자하고 이들과 협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에는 미국 광학 연결 기술 스타트업 아비세나(Avicena)의 6500만달러(약 953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에 참여했다. 해당 투자로 아비세나의 누적 조달액은 1억2000만달러(약 1760억원)로 늘었다.
골드만삭스의 일본 제외 아시아 M&A 부문 책임자인 수실 바티자는 “AI가 전 세계 M&A 거래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관련 혁신의 중심지이고,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그 한가운데에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자본력을 갖췄고 관련 공급망에서 적절한 기업들에 접근할 능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자산 인수 경쟁이 과거보다 약해진 점도 한국 기업들에 유리한 요인으로 꼽힌다. 장태원 JP모건 북아시아 M&A 공동대표인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현금이 풍부한 중국 기업들이 서방 자산을 적극적으로 사들였고 종종 높은 프리미엄까지 지불했다”면서 “하지만 미·중 관계가 변화하면서 중국 기업들은 이제 미국의 주요 자산 인수에서 사실상 배제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기업들에는 지금이 미국 M&A의 황금기”라며 “풍부한 현금흐름과 공급망의 국내 복귀, 현지 시장 접근 필요성이 기업들로 하여금 규모가 크고 사업구조를 바꿀 수 있는 변혁적 거래를 추진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