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연방정부의 ‘건강·은퇴 연구(Health and Retirement Study)’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모 세대의 자산이 자녀에게 상속되지 않고 노후 돌봄 비용으로 소진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학계는 베이비붐 세대가 보유한 자산 68조~84조 달러가 향후 20년간 자녀 세대로 이전될 것으로 전망해왔다. 그러나 이는 실제 노후에 드는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추정이라는 지적이다.
(이미지=챗GPT)
분석 결과 본인 부담 돌봄 비용의 중간값은 1만 9179달러(약 2800만원)였다. 6명 중 1명은 5만 달러(약 7300만원) 이상, 20명 중 1명은 10만 달러(약 1억 5000만원) 이상을 지출했다. 노후 돌봄 비용을 모두 부담한 뒤 남은 자산이 거의 없이 사망한 사람은 2006~2010년 6%에서 2017~2022년 11% 가까이로 증가했다.
특히 저소득층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분석 대상 가운데 자산이 가장 적은 하위 20%에서는 약 41%가 사실상 빈손으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생애 마지막 10년 동안 전체 자산의 약 3분의 1을 본인 부담 돌봄 비용으로 사용했다. 이는 자산 상위 20%가 부담한 비중의 20배가 넘는다.
이 수치조차 실제 부담을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WP는 “해당 수치에는 생활보조시설의 숙식비 등 주거 비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실제로 이런 비용은 가족들이 부담하는 금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노후 비용의 증가는 평균수명 연장과 가족 구조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의료기술 발달로 만성질환을 오래 관리하면서 돌봄 기간이 길어졌고, 자녀 수 감소와 가족의 지역 분산으로 가족 대신 요양시설에 의존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여기에 노인 주거시설 비용도 급등했다.
케어스카우트 조사에 따르면 생활보조시설의 중간 이용료는 최근 5년 동안 44% 상승해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의 약 두 배를 기록했다. 2025년 기준 개인실과 기본 서비스를 포함한 생활보조시설의 연간 중간 비용은 약 7만4400달러(약 1억원)였다. 간호시설(Nursing Home)의 개인실은 연간 중간 비용이 12만 9575달러(약 1억 9000만원)에 달했다. 치매 환자가 7년간 머문다면 총 비용은 거의 100만달러(약 14억 6000만원)에 이른다.
제시카 포든 루스벨트연구소 경제정책 연구원은 지난 4월 발표한 연구에서포든은 “상속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최상위 부유층뿐”이라며 “대부분의 중산층은 은퇴자금을 장기요양 비용으로 대부분 소진한 뒤에야 저소득층 의료보장제도인 메디케이드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자녀에게 남길 재산이 거의 없어진다”고 말했다.
WP는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노후 돌봄 비용은 부모 세대의 자산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자녀 세대의 재산까지 잠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하이오주에 거주하는 빌 로건캠프는 치매를 앓는 96세 어머니의 월 1만5000달러(약 2000만원)에 이르는 시설 이용료를 마련하기 위해 가족들과 생명보험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대출금이 바닥나면 수십 년째 보유한 가족 농장 일부를 처분해야 하는 처지다.
부모 돌봄을 위해 은퇴를 번복하는 사례도 있다. 오하이오주의 팀 딜런은 치매를 앓는 79세 아버지의 생활보조시설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버지의 집과 살림살이를 모두 처분했고 자신과 여동생은 각각 매달 1000달러씩을 보태고 있다. 그는 2017년 은퇴했지만 의료 물품 배송 일을 다시 시작했다. 그는 “아버지가 평생 모은 재산을 모두 현금화해 결국 기업에 넘기고 있는 셈”이라며 “미국은 고령화 사회를 위해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