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美당국자 비자 발급 거부…"대선 개입 시도 우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26일, 오전 08:44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브라질 정부가 자국 방문을 추진하던 미국 고위 당국자 2명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오는 10월 브라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들이 전자투표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브라질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브라질 외무부가 전날 미 대표단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했으며, 여기에는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의 라일리 반스 미 국무부 차관보와 새뮤얼 샘슨 부차관보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AFP)
관계자들은 미 대표단이 오는 10월 치러지는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좌파 성향의 현직 대통령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군으로 알려진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맞붙을 예정이다.

한 관계자는 비자 거부 이유에 대해 “이번 사안을 다시 정치적으로 이용해 브라질의 선거 시스템을 훼손하려는 시도라는 증거가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브라질 대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남미 각국의 정치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콜롬비아 대통령 당선인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야를 “전폭적이고 완전한 지지”한다고 공개 선언했으며,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과 칠레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등 우파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브라질 정부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일가가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해 브라질에서 좌파 성향의 룰라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우파의 재집권을 도모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장남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은 25일 열린 정당 전당대회에서 우파 진영의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이 행사에는 이념적 동맹인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참석했다.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부친이 주장해온 브라질 전자투표 시스템에 대한 의혹을 다시 꺼내들었다. 그는 지난주 수십 명의 외교관이 참석한 행사에서 각국 정부에 브라질 대선을 감시할 국제 참관단을 파견할 것을 촉구했다. 같은 행사에서 브라질의 전자투표기가 베네수엘라 선거 조작 의혹과 관련해 미국 당국의 조사를 받은 업체인 스마트매틱이 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마트매틱과 브라질 최고선거법원은 모두 로이터에 “브라질에서 사용되는 전자투표기는 스마트매틱이 공급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행사와 성명을 통해 “브라질 투표 시스템의 무결성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앞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수개월 동안 각국 외교관들을 소집해 브라질 전자투표 시스템이 부정선거에 취약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브라질 최고선거법원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대통령 직위를 남용했다고 판단해 2030년까지 공직 출마를 금지했다. 이후 그는 선거 결과를 뒤집고 권력을 유지하려는 음모를 꾸민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징역 27년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가택연금 상태에서 형을 집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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