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배터리 업체 中CATL…이젠 AI·전력망·선박까지 넘본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29일, 오후 03:0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 남동부 샤먼의 대형 산업 시설에는 벼락을 맞은 듯 그을리고 녹아내린 배터리 컨테이너가 놓여 있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이 낙뢰 상황을 흉내 낸 고전압 시험을 거친 흔적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고 전력망을 뒷받침할 신형 배터리 시스템을 검증하는 과정이다. 자동차용 배터리와는 요구 조건이 다르다. 온갖 환경에서 24시간 내내 멈추지 않아야 한다. 천샤오보 CATL 연구센터장은 “자동차용 리튬 배터리를 오랜 기간 개발한 끝에 이제는 훨씬 대규모 시스템에 통합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이 전기차를 넘어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선박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값싼 리튬 배터리를 만들어 파는 회사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사진=AFP)
(사진=AFP)
CATL이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서의 독보적인 지위 및 견조한 수익 덕분이다. 회사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2770억위안(약 59조 53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늘었다. 순이익은 433억위안(약 9조 3065억원)으로 42% 증가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급증한 덕이다.

이는 CATL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약 40%를 쥐고 있기에 가능한 실적이다. 지난해 매출 614억달러(약 89조 3493억원)의 4분의 3가량이 여기서 나왔다. 노키아와 모토로라 초창기 휴대전화 배터리를 만들던 화학 전문가 쩡위췬 회장이 창업한 뒤 배터리로 굴러가는 새 산업을 직접 만들고 장악하겠다며 수년째 공을 들여온 결과다.

오스카 뤄 CATL 해외투자 총괄은 지난달 유럽에 전기 트럭용 배터리 교환소를 짓겠다고 발표하면서 FT에 “우리의 야심은 자동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스스로를 재생에너지 분야의 첨단기술 기업으로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샤먼 연구소도 그 연장선에 있다. 천 센터장은 “이 연구소에 투자한 애초 동기는 에너지 저장 자체의 변화에서 나왔다”며 “지금의 분산형 저전압 저장 방식에서 더 높은 전압의 전력망 중심 저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뿐이 아니다. 중국 기업정보업체 톈옌차에 따르면 CATL은 152개 법인에 직접 투자했고, 자회사와 펀드를 통해 9900개가 넘는 기업에 간접 투자했다. 경쟁사 BYD의 직접 109개, 간접 2856개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성과도 이미 나오고 있다. AI 확산으로 빠르게 커지는 ESS 시장에서 약 30%를 확보했다. 건물과 항만, 광산, 공장에 들어가는 대형 배터리부터 항공기·드론용 소형 시스템까지 손을 뻗었다. 선박 1000척 가까이에도 배터리를 공급했다. 대부분 중국 연안과 항만, 강에서 움직이는 소형 선박이다. 이들 분야가 이제 막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만큼, 승용차와 트럭·선박용 배터리 교환소 망을 까는 데 수십억달러를 쏟겠다고 약속했다.

인수·합병(M&A)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몇 달 사이 중국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VNET 지분 38%를 10억달러(약 1조 4552억원) 가까이 들여 사들였고, 고압직류송전 설비 업체를 거느린 중헝전기 지분 49%도 확보했다. 배터리 소재 자체를 바꾸는 연구에도 돈을 쏟아 지난 4월에는 나트륨 배터리의 상용화 장벽을 넘어섰다며 연말까지 양산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리튬과 니켈 등 핵심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같은 달 등록자본 300억위안(약 6조 4479억원) 규모의 광산 자회사도 세웠다.

넘어야 할 기술 장벽은 남아 있다. 천 센터장은 배터리 셀과 팩 같은 부품 단위 시험은 이미 무르익었지만, 저장 컨테이너나 전기 항공기·선박, 대규모 저장 설비로 묶이는 순간 “통합 수준이 훨씬 커지고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CATL은 데이터센터 운영사나 전력망 사업자 같은 고객에게도 시험 설비를 열어두고 있다.

시장 전망은 우호적이다. 올해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유가가 출렁이면서 장기 배터리 수요 전망을 올려 잡는 분석이 늘고 있다. 번스타인 홍콩은 세계 배터리 수요가 지난해 1.8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5.7TWh, 2050년 16.6TWh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25년간 연평균 9% 성장하는 셈이다. 선전 증시에 상장된 CATL 주가는 최근 1년간 40% 가까이 올랐고, 회사는 최대 400억위안(약 8조 5972억원)어치 자사주를 사들이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걸림돌도 있다. 몸집이 커진 만큼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견제를 받고 있어서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1월 CATL을 군사 연계 기업으로 지정했다. 회사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첨단 배터리 관련 기술이 새어나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어 해외 진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일부 투자자는 본업과 거리가 먼 확장에 의문을 제기한다. 반면 CATL의 배터리 지배력을 대만 TSMC의 첨단 반도체 위탁생산 아성에 빗대는 시각도 있다. TSMC 역시 주력 제품 점유율이 40% 안팎이면서 업계 최고 마진과 가장 큰 이익을 가져간다. 닐 베버리지 번스타인 에너지 리서치 총괄은 “TSMC와 닮은 점이 보인다”며 기술 우위가 경쟁을 막아주고 업계 평균보다 훨씬 높은 마진을 가능하게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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