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행위를 비판하고 미국 이민자 구금시설 내 사망 사건 조사를 촉구해 온 튀르크 대표를 둘러싼 이번 표결 결과에 미 행정부 내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 실제 분노가 일었다는 게 소식통 2명의 전언이다. 다만 다른 2명의 소식통은 관료들이 프랑스와의 긴장 완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은 프랑스 측의 무책임하고 무례한 언사에 매우 실망하고 있으며, 이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엘리제궁 전 보좌관 출신이자 현재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의 비서실장인 오렐리앙 르슈발리에를 차기 주미대사로 지명, 관련 서류를 이미 제출했다. 프랑스는 오는 9월 부임을 목표로 했으나 이번 갈등으로 절차가 표류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외국 정부가 대사를 임명하려면 먼저 미국 정부의 비공식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워싱턴이 이를 공개적으로 지연·거부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로이터는 이 같은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최근 관세 문제와 이란 전쟁을 둘러싸고 이미 갈등을 빚어온 양국 동맹 관계의 균열을 한층 키울 수 있다고 짚었다.
◇안보리서도 정면충돌…“위선적 쇼” 비난
갈등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도 번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27일 우크라이나 관련 안보리 회의에서 프랑스가 발언하는 도중 미국 대표단이 퇴장하며 이를 “위선적인 정치적 쇼”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 외교 관계자는 “표결에 관한 의견 차이가 양국 관계의 질이나 협력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튀르크 대표 임기 연장 지지가 미국과의 긴밀한 대화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프랑스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관계가 눈에 띄게 악화된 전통적 동맹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통화하면서도, 프랑스에 관세를 부과하고 유럽 각국 정부의 우파 억압 의혹을 제기하며 방위비·그린란드 문제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을 압박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에 앞서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의 발언도 워싱턴의 불만을 사왔다고 한다. 바로 장관은 이달 초 미 국무부가 유럽 내 ‘문명적 자신감’ 고취 단체에 최대 300만달러(약 43억5000만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공개 비판하며 “프랑스와 유럽은 출처를 불문하고 선거 개입 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자금은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DRL)이 지원한 것으로, 이 부서는 지난해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의 횡령 재판 당시 그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프랑스 측은 재러드 쿠슈너의 부친이자 파리 주재 미국대사인 샤를 쿠슈너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해왔다. 그는 유럽 전역에서 논란을 일으키는 ‘미국 우선주의’ 외교관의 상징적 인물로, 외교적 사건 이후 파리에서의 소환 요구에 두 차례 불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롱, 측근 요직 심기” 비판도
일각에서는 이번 대사 인선 논란과 별개로, 마크롱 대통령의 최근 잇단 인사가 자신의 유산을 지키고 내년 대선에서 극우 진영 승리 가능성에 대비해 측근들을 요직에 앉히려는 포석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지율이 낮은 마크롱 대통령은 2027년 대선에 재출마할 수 없다. 그는 최근 몇 달간 전 비서실장 에마뉘엘 물랭을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에, 리샤르 페랑을 헌법위원회 의장에, 아멜리 드 몽샬랭을 회계감사원장에 각각 선임했다. 모두 마크롱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엘리제궁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즉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번 사안이 실제 대사 임명 거부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다만 관세·이란 전쟁에 이어 인권 문제까지 갈등 전선이 확대되면서, 미·프랑스 관계가 나토·유럽 안보 공조 전반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