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맥으로 본 환율 전쟁…"中위안화·日엔화는 여전히 저평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31일, 오전 11:5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햄버거 하나로 세계 통화의 가치를 재는 ‘빅맥지수’가 오는 9월이면 40돌을 맞이하는 가운데, 이 지수는 여전히 유로화·위안화·엔화가 제 값어치에서 크게 벗어나 있음을 시사한다. 유로는 비싸게, 위안과 엔은 싸게 매겨져 있다는 뜻이다.

(사진=AFP)
(사진=AFP)
30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에서 100달러(약 14만 2590원)로는 빅맥을 약 16개 살 수 있다. 같은 개수를 사려면 유로존에서는 100유로, 중국에서는 426위안, 일본에서는 8039엔이 든다. 그런데 실제 외환시장에서 100달러를 바꾸면 약 87유로, 677위안, 1만 6000엔이 넘는 돈이 손에 들어온다. 각국 통화가 실제 구매력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빅맥지수는 이코노미스트가 1986년 런던에서 만들었다. 장난스러운 사고실험으로 출발했지만 외환 트레이더의 관심을 끌었고 중앙은행들을 성가시게 했다. 다만 패스트푸드가 세계 경제를 설명할 수 없다는 비판도 따라붙었다.

이 지수가 태어난 1980년대는 주요국 통화가 심하게 어긋나 금융위기나 무역 보호주의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시기였다. 40년이 지난 지금 달러화와 위안화, 엔화를 놓고 비슷한 논쟁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이다.

◇왜 하필 햄버거인가

빅맥이 기준으로 쓰이는 이유는 어디서나 살 수 있고 맛이 거의 같기 때문이다. 맥도날드가 겉모습과 식감, 맛, 냄새까지 꼼꼼히 맞추는 만큼 어느 나라에서 사든 사실상 같은 물건을 사는 셈이다.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제품 하나로 경제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인건비나 매장 임대료처럼 국경을 넘나들 수 없는 요소가 원가의 절반 넘게 차지한다는 추정도 있다. 환율 예측력이 떨어진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은행(WB)이 수천개 품목을 조사해 만드는 구매력 지표와 견줘도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반박한다. 세계은행 수치는 3년에 한 번 나오는 데다 2021년 수치가 2024년에야 공개될 만큼 시차가 길다.

아울러 빅맥지수와 세계은행 지표 모두에 등장하는 54개 경제권 중 한쪽에선 싸고 다른 쪽에선 비싸다고 엇갈린 곳은 7곳뿐이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

빅맥이 단일 제품이면서도 경제를 반영하는 것은 쇠고기부터 잔탄검까지 60가지가 넘는 재료가 들어가고, 만들어 파는 나라의 노동시장과 부동산 시장까지 녹아들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 덕분에 빅맥지수는 굵직한 통화 왜곡을 미리 짚어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유로화가 비싸게 매겨져 있다는 진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빅맥지수는 1999년 유로화 출범 당시에도 이 통화가 고평가돼 있다는 점을 정확히 짚어낸 바 있다.

◇40년 만에 되풀이된 통화 전쟁에 재조명

지금 이 지수가 다시 주목받는 것은 통화 갈등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초 중국 위안화가 경제 기초체력에 견줘 16%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격 경쟁력에 힘입어 중국의 지난해 상품 무역흑자는 1조 2000억달러(약 1711조원)에 육박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런 불균형을 “견딜 수 없다”며 유럽 산업에 치명적 위협이라고 규정했고, 중국이 물러서지 않으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빅맥지수대로라면 유로화는 비싸고 위안화는 싸기 때문에, 두 왜곡이 겹치면 유럽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과 경쟁할 때 실질적으로 지는 짐은 수치로 드러난 것보다 무거울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1월 중국과 일본을 겨냥해 “죽도록 싸웠다”며 이들이 “늘 평가절하만 하려 했다”고 말했다. 최근 이런 발언은 잦아들었지만, 외환시장에서는 1985년 플라자 합의처럼 달러 가치를 낮추는 새 합의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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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엔, 저평가보다 급격한 절상이 더 위험”

엔화가 늘 싸게 매겨지는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미국과의 금리 차가 좁혀지지 않는 데다, 막대한 나랏빚 탓에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에너지를 전량 수입에 의존해 유가가 오르면 무역수지가 흔들리는 구조도 엔화를 짓누른다.

국제결제은행(BIS) 집계 결과 엔화의 지난달 실질실효환율은 64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고, 1973년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최저치를 새로 썼다. 결국 일본 정부와 BOJ는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사들이는 개입에 나섰다.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가 지수에서 제자리를 찾으려면 통화가 절상되거나 중국의 빅맥 가격이 미국보다 빠르게 올라야 한다고 짚었다.

다만 위안화가 급등하면 중국 성장세가 꺾이고 물가가 내려가는 흐름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무역 불균형은 줄더라도 중국이 주저앉는 대가로 세계 경제 전체가 하향 평준화되는 방식이다. 그보다는 중국이 경기를 부양해 임금과 물가가 더 빨리 오르게 하는 편이 낫다고 매체는 부연했다.

엔화 역시 급격한 절상은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오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2024년 여름 BOJ가 금리를 올렸을 때 실제로 이런 청산이 벌어지며 글로벌 증시가 급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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