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수정 임유경 기자] 중국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초저가 운영 비용과 개방형 생태계, 성능 개선을 앞세운 차세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잇달아 공개하며 미국 빅테크를 정조준하고 있다. 단순히 미국 AI 모델을 따라가는 수준을 넘어 기업 고객과 개발자 생태계까지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도 AI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딥시크는 지난 1일(현지시간) 새로운 모델 ‘V4-플래시(V4-Flash)’를 공개했다. AI 성능 분석업체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V4-플래시의 입력 비용은 토큰 100만 개당 0.14달러, 출력 비용은 0.28달러다. 실제 벤치마크 기준 평균 운영 비용은 테스트당 3센트에 불과해 문샷AI의 키미 K3(86센트), 오픈AI GPT-5.6 솔(1.86달러), 앤스로픽 클로드 페이블5(3.15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페이블5와 비교하면 운영 비용이 100분의 1 수준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절대 성능은 아직 최상위권과 차이가 있다.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인텔리전스 인덱스에서 V4-플래시는 50점을 기록해 구글 제미니 3.6 플래시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지만 키미 K3와 GPT-5.6, 클로드 오퍼스5·페이블5에는 다소 뒤졌다. 대신 딥시크는 ‘최고 성능’보다 기업이 AI를 저렴하게 도입할 수 있는 비용 경쟁력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 알리바바는 같은 날 차세대 모델 ‘큐원(Qwen) 3.8-맥스’를 공개하며 성능 경쟁에 불을 붙였다. 2조 4000억개의 매개변수와 최대 100만 토큰의 컨텍스트를 지원하는 초대형 모델로, 자체 평가에서는 논문 재현과 법률·금융 추론, 지시 이행 등 일부 항목에서 앤스로픽의 최신 모델 ‘페이블5’와 동등하거나 더 높은 성능을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는 알리바바 자체 벤치마크 결과로 외부 검증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알리바바는 다음 주 큐원 3.8-맥스를 오픈웨이트 방식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개발자가 모델의 매개변수를 내려받아 수정하거나 자체 AI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샷AI와 딥시크, Z.AI(옛 지푸)도 개방형 전략을 채택하면서 중국 AI 기업들은 폐쇄형 모델 중심의 미국 기업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중국 AI 업계는 최근 한 달 사이 신모델을 잇달아 내놓으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문샷AI가 키미 K3를 선보인 데 이어 딥시크와 알리바바까지 가세하면서 ‘초고성능(문샷AI)-초저가(딥시크)-오픈 생태계(알리바바)’라는 역할 분담도 뚜렷해지고 있다. 업계는 중국 AI 기업들이 미국의 첨단 AI 반도체 수출 규제에도 모델 최적화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앞세워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고 평가한다. 베이선 링 유니온방케르프리베 매니징디렉터는 “중국 AI를 과소평가하는 투자자가 많지만 실제 기술 격차는 생각보다 훨씬 작고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