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까지 개입 나섰는데…엔화 반등 못 믿는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04일, 오전 12:14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미국이 일본의 엔화 부양 노력을 지원하면서 엔화가 지난주 급반등했지만,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엔화 가치 반등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일본의 개입으로 엔화는 최근 며칠간 달러 대비 5% 가까이 급등한 뒤, 이날 상승폭을 다소 반납했다. 이번 공조 개입으로 엔화는 달러당 157엔까지 올라섰다. 40년 만의 최저치였던 163엔대 초반에서 벗어난 수치다.

지난 5월 12일 일본 총리 관저에서 다카이치 사나에(오른쪽) 일본 총리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만나고 있다. (사진=AFP)
지난 5월 12일 일본 총리 관저에서 다카이치 사나에(오른쪽) 일본 총리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만나고 있다. (사진=AFP)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엔화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취약한 만큼 지속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UBS의 텍렝 탄·도미닉 슈나이더 전략가는 이날 보고서에서 “일본의 정책 조합으로는 지속적인 엔화 강세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며 “일본은행(BOJ)이 점진적인 정책 정상화를 이어가고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에 머무는 한, 엔화는 국내 통화 펀더멘털보다 개입 리스크에 의해 지지되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美, 달러 대신 유로 팔아…“국채 매도 부담 덜어주려는 의도”

2022년과 2024년 앞선 개입에서는 BOJ가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방식을 취했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을 따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 재무부는 유로를 팔아 엔화를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매도 수단과 무관하게 달러의 반응 자체는 미미했다. ING의 크리스 터너 마켓 헤드는 달러가 버티는 이유에 대해 “오는 9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여부가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은 곧 더 높은 수익률에 대한 기대로 이어져, 미 국채에 대한 국제 수요를 뒷받침하는 요인이 된다.

HSBC는 한발 더 나아가 BOJ의 근본적인 정책 기조에 구조적 변화가 있어야 엔화의 지속적인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짚었다. HSBC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노트에서 “BOJ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고, 정부가 엔화 약세에 긍정·부정 양면이 있다는 식의 모호한 입장 대신 더 명확한 태도를 취하며 재정 확장에 대한 야심을 낮추지 않는 한 달러-엔의 하락 추세를 자신 있게 전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진=AFP)
(사진=AFP)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빈 브룩스 선임연구원은 이번 공조 개입이 오히려 엔화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워싱턴이 엔화 매입을 위해 실제로 달러 대신 유로를 팔았다면, 이는 일본이 개입 자금을 마련하려 미 국채를 매도하는 상황을 미국이 대신 막아주려 한 것으로 투자자들에게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공조 개입은 달러 자산으로 자금을 조달해온 만큼, 이번 보도는 시장에 적잖은 놀라움을 안겼다는 평가다. 브룩스는 “이런 식의 반전은 미국 참여의 효과를 오히려 떨어뜨린다”며 “시장이 ‘왜 미국은 그냥 달러로 엔화 매입 자금을 대지 않았는가’라는 의문을 품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시선은 9월 연준의 금리 결정과 BOJ의 정책 정상화 속도, 일본 정부의 엔화 관련 입장 변화 여부에 쏠릴 전망이다. 개입만으로 버텨온 엔화가 구조적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는 이 세 가지 변수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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