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5개주, 트럼프 3차 관세 또 제소…"대법원 판결 우회"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04일, 오전 06:05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미국 민주당 성향 25개 주가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60개 교역국산 제품에 부과된 10~12.5% 관세가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위법 조치라는 주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CNBC에 따르면 뉴욕 소재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제기된 이번 소송에서 25개 주는 관세 시행 중단과 위법 선언, 그동안 낸 관세 환급을 요구했다. 문제가 된 60개국은 미국 전체 수입의 99.4%를 차지한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은 성명에서 “대법원에서 패소한 뒤에도 행정부가 새로운 관세로 또다시 가정과 기업에 불법적으로 세금을 물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도 이번 관세가 “성실하게 일하는 가정에 대한 세금”이라며 식료품·생필품·건축자재 등의 가격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댄 레이필드 오리건주 법무장관 역시 “모든 단계에서 패소하고도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노동자 가정과 오리건 기업들에 혼란을 주려 한다”고 밝혔다.

◇세 번째로 반복되는 관세 전쟁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세 번째 관세 조치다. 첫 번째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지난해 발표한 전방위 관세로, 올해 2월 20일 미 연방대법원이 대통령에게 그런 권한이 없다며 위법 판결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나흘 만에 무역법 제122조를 근거로 10% 관세를 다시 부과했지만, 이 역시 국제무역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았다. 다만 항소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관세는 그대로 유지되다가 지난달 시한이 만료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세 번째 관세는 122조 관세가 만료된 지난달 24일부터 곧바로 시행됐다. 근거 법조항은 무역법 제301조로,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60개국이 공급망 내 강제노동 상품 유입을 막지 못했다고 판단해 부과한 것이다. 301조는 과거 대통령들도 사용해온 조항이지만, 특정 국가·산업을 겨냥해 제한적으로 활용돼왔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처럼 60개국 전체에 일괄 적용한 전례는 없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조사 부실…관세율 산정 근거 없어”

CNBC에 따르면 25개 주는 소장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가 60개국에 대한 조사를 약 2개월 반 만에 서둘러 마쳤고, 법률상 요구되는 국가별 협의 절차도 건너뛰었다고 주장했다. USTR은 60개국을 4개 관세 구간으로 분류했는데, 주요 두 세율(10%·12.5%) 간 차이는 2.5%포인트에 불과해 “국가별로 다른 정책을 가진 경제권에 사실상 일괄 세율을 매긴 것”이라는 게 소장의 주장이다. 소장은 또 세율과 각국의 강제노동 관련 상품 비중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이 제시되지 않았고, 관세를 해제받기 위한 기준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장은 USTR이 강제노동 연관 상품의 예시로 브라질산 냉동우육을 들었으면서도 정작 이 품목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을 들어 “강제노동 방지”라는 명분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항에 컨테이너선 '탈로스(Talos)'호가 입항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 1월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항에 컨테이너선 '탈로스(Talos)'호가 입항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백악관 “적법한 권한…트럼프 1기 때도 활용”

백악관은 반박했다. 커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CNBC에 “미국은 미국 상거래에 부담을 주는 불합리한 행위·정책·관행을 없애기 위해 합법적 권한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강제노동으로 만든 상품 수입을 막지 못한 것은 불합리하며 미국 상거래와 노동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만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301조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 1기 때부터 법적으로 견고한 수단임이 입증됐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소기업들도 별도 제소…환급 요구액만 230조원대

이번 관세를 둘러싼 소송은 이미 진행 중이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향신료 수입업체 벌랩앤배럴과 시계 소매업체 컬렉티브호롤로지 등 소기업들이 앞서 국제무역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들은 이번 관세를 납부하게 될 모든 수입업자를 대상으로 한 집단소송 형태로 소장을 제출했으며, USTR이 “각국의 구체적 관행이 미국 상거래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를 설명하지 않은 채 강제노동에 대한 포괄적 주장에만 의존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또 지난 2월 대법원이 IEEPA 관세를 무효화한 이후, 당시 걷힌 약 1660억달러(약 237조6000억원) 규모의 관세를 놓고 수천개 기업이 환급을 요구하고 있어 세관당국이 후속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소송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세 번째로 법정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국제무역법원이 앞선 두 차례와 마찬가지로 이번 301조 관세에도 제동을 걸지, 아니면 과거 대통령들도 사용해온 조항이라는 점을 들어 다른 판단을 내릴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피드로의 로스앤젤레스항에 중국산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해 11월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피드로의 로스앤젤레스항에 중국산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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