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전서 정밀유도미사일 '사실상 소진'…재고 비상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04일, 오후 10:15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미국이 이란과의 5개월 넘는 전쟁 과정에서 장거리 정밀유도미사일 재고를 사실상 모두 소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어용 요격미사일 재고도 급감한 것으로 파악돼 미군의 향후 대비태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육군이 뉴멕시코주 화이트샌즈 미사일 시험장에서 에이태큼스(ATACMS·육군전술미사일체계)를 실사격 시험하고 있다. 사거리 최대 300㎞의 ATACMS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 걸프전, 이라크전 등에서 사용됐다. (사진=AFP)
미 육군이 뉴멕시코주 화이트샌즈 미사일 시험장에서 에이태큼스(ATACMS·육군전술미사일체계)를 실사격 시험하고 있다. 사거리 최대 300㎞의 ATACMS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 걸프전, 이라크전 등에서 사용됐다. (사진=AFP)
로이터통신이 4일(현지시간)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미 육군은 지대지 장거리 정밀타격 무기인 육군전술미사일체계(ATACMS)와 정밀타격미사일(PrSM)을 “사실상 전부(virtually all)”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소진 정도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TACMS와 PrSM은 안전한 거리에서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미군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ATACMS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 내 표적을 공격하는 데 활용돼왔으며, PrSM은 사거리가 더 긴 신형 후속 기종이다. 개당 가격이 100만달러(약 14억3000만원)를 넘는 이들 무기는 향후 중국과의 분쟁에서도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소식통들은 정확한 잔여 재고량은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말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전을 개시하며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예측했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소식통들은 미사일 재고 감소가 러시아·중국 등에 대한 미국의 억지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중동을 관할하는 중부사령부(CENTCOM)는 전쟁 전 보유했던 지상발사 미사일을 거의 소진했으나, 전 세계 다른 지역 물자로 재보급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패트리엇 65%·사드 38% 감소…“위험 회피 위해 재고 더 빨리 소진”

방어용 무기 재고 감소도 확인됐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7월 사이 패트리엇 요격체계 재고의 약 65%가 소진됐고,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요격미사일 재고는 전쟁 개시 시점보다 최소 38% 줄었다. 소식통 2명은 이 수치가 미국 내부 데이터와 일치한다고 전했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역시 전쟁 발발 이후 전 세계 재고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물량이 소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토마호크는 함정과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해군의 주력 원거리 타격 수단이다.

한 소식통은 ATACMS·PrSM 재고 감소가 유인기 폭격 등 더 위험한 방식을 피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 지휘부는 수 주간 패트리엇 등 방어무기 재고 감소를 대통령에게 경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일부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참모진의 경고를 이유로 이란 내 대규모 추가 공세를 보류했다고 보도했으나, 한 당국자는 이를 부인하며 걸프 국가들의 압박이 실제 이유라고 반박했다.

◇백악관 “재고 충분”…방산업체는 침묵

이번 재고 수치는 이란 타격을 얼마나 더 지속할 수 있을지를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 내 긴장된 논의 과정에서 지난주 행정부 내부에 회람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논평 요청에 트럼프 대통령 명의 성명을 통해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훨씬 많은 탄약을 보유하고 있다”며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산기업들이 사상 최대 규모로 탄약을 생산하며 공장과 설비도 기록적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숀 파넬 국방부 수석대변인도 “미군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로, 대통령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작전을 수행할 모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ATACMS·PrSM·사드를 생산하는 록히드마틴과, 토마호크·패트리엇을 생산하는 레이시온은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RTX 산하 레이시온은 재고 재건을 서두르는 국방부와 토마호크 증산을 위한 다년 계약을 잠정 체결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포탄 등 일부 탄약이 기록적 속도로 생산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장기전에 필요한 물량에는 크게 못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군사행동을 둘러싸고는 의회 승인 없는 대(對)이란 적대행위의 정당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까지 선전포고나 무력사용권한 요청은 의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미 국방부는 전날 요격미사일 재고 우려 속에 노스럽 그루먼, 록히드마틴과 패트리엇(PAC-3)·사드(THAAD) 생산 확대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선거 보안에 관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선거 보안에 관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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