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앤스로픽의 투자자이자, TPU를 외부에 판매해 엔비디아가 지배해온 AI 반도체 시장에 도전하려는 상황이다.
구글 로고 (사진=AFP)
TPU는 구글이 2016년부터 브로드컴과 공동 개발해온 AI 칩이다. 그동안 구글 자체 데이터센터에서만 주로 쓰였지만 최근 외부 판매를 시작하며 엔비디아가 지배해온 AI 프로세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거래에 정통한 한 시니어 은행가는 FT에 “AI 칩은 지금까지 생산된 것 중 가장 값비싼 상품군에 속한다”며 “이런 규모는 이제껏 없었던 상품이기 때문에 나타난 전례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구글·브로드컴·월가, 리스크 분산해 조달
FT에 따르면 이번 프로그램은 관여 기업 어느 곳도 수십억달러어치 칩을 대차대조표에 직접 올리려 하지 않으면서 나온 구조다. 구글은 데이터센터 리스를 보증하고, 브로드컴은 칩 구매를 약정하며, 아폴로와 블랙스톤은 하드웨어를 매입해 앤스로픽에 리스하는 자금을 제공한다.
지난 6월에는 특수목적기구(SPV) ‘컴퓨트 SPV’가 약 1기가와트(GW), TPU 약 100만개 규모 하드웨어에 350억달러를 지급했다. 이 자금은 아폴로·블랙스톤이 주도한 3개 트랜치의 부채로 조달됐으며, 브로드컴은 앤스로픽이 지급을 중단할 경우를 대비해 선순위 트랜치 약 300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보전하는 ‘잔존가치 보증’을 제공했다.
같은 구조는 지난 4월 이뤄진 3.5GW 규모 추가 계약에도 적용된다. 브로드컴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총 1280억달러 규모의 매입을 약정했으며, 이 중 552억달러는 2027회계연도, 729억달러는 2028회계연도에 인도된다.
◇가상화폐 채굴업체, AI 데이터센터로 변신
칩 조달만큼 중요한 과제는 이를 가동할 데이터센터의 전력 확보였다. 구글 임원은 FT에 “여유 전력을 가진 가상화폐 채굴업체들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뉴욕주 북부의 소규모 채굴업체 테라울프는 360메가와트(MW) 데이터센터 건설에 구글의 지급보증을 받은 첫 사례로, 모건스탠리가 이를 건설채권으로 구조화해 지난해 10월 32억달러를 조달했다. 그 대가로 구글은 테라울프의 신주인수권을 확보했다.
이후 사이퍼 디지털, 헛8 등 다른 채굴업체들도 텍사스·루이지애나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FT가 확인한 것만 5개 프로젝트, 1.4GW 규모로 150억달러의 부채가 조달됐다. 구글은 현재까지 2.4GW 규모 10개 프로젝트에 백스톱을 제공했으며, 모든 리스가 부실화될 경우 최대 440억달러의 부담을 질 수 있지만 대차대조표상 부채는 8억1500만달러로만 계상돼 있다. 구글은 판매를 약정한 TPU 하드웨어 총 4.5GW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전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글 임원은 FT에 “지금 우리는 전력 문제에 거의 모든 시간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낮은 조달금리가 경쟁력…앤스로픽 의존은 리스크
구글의 재무적 영향력은 자금조달 비용에서도 드러난다. 구글이 뒷받침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중간값 조달금리는 연 7.1%로, 엔비디아 칩 기반 네오클라우드 업체들의 9.3%보다 낮았다. 제퍼리스는 이를 엔비디아 진영의 “구조적 자본비용 열위”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프로젝트는 앤스로픽이라는 단일 기업의 지급 능력에 2000억달러 규모 계약이 걸려 있다는 집중 리스크를 안고 있다. 제퍼리스의 조너선 피터슨 애널리스트는 “이들 기업 밑에는 하나의 생태계 전체가 만들어져 있다”며 “이들의 투자 의지가 줄어들면 그 아래 모든 것이 타격을 받는다. 그것이 가장 큰 거시적 위험”이라고 말했다.
앤스로픽. (사진=AF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