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맞서 돈줄 막더니…러시아, 외국인 예금 규제 완화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05일, 오전 08:08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외국인 개인과 외국 기업의 러시아 내 지점이 보유한 은행 예금을 동결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난 6월 외국인 예금까지 특별계좌에 묶도록 규제를 확대한 지 약 두 달 만에 적용 범위를 다시 줄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로이터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외국인과 러시아에 등록된 외국 기업의 지점 등이 맡긴 예금에 ‘C형 계좌’ 인출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대상 예금주는 C형 계좌에 들어간 자금을 관리하거나 루블화로 인출할 수 있게 됐다.

규제 완화 대상은 외국인 개인과 러시아 연방에 등록된 외국 기업의 지점, 상설 대표사무소, 기타 조직이다. 이들이 지난 6월 1일부터 대통령령 발효일인 8월 4일까지 C형 계좌로 넘겨받은 루블화 상당액도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금융·경제 제재에 대응해 2022년 C형 계좌를 도입했다. 러시아가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국가의 투자자나 기업에 지급해야 할 배당금과 원리금 등을 일반 계좌가 아닌 C형 계좌에 넣도록 한 제도다. 계좌에 들어간 자금은 러시아 당국의 허가 없이는 해외로 송금하거나 자유롭게 인출하기 어려워 사실상 동결 자금으로 분류됐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6월 1일부터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러시아 은행이 비우호국 채권자에게 지급하는 예금 관련 자금도 일정 한도를 넘으면 C형 계좌로 보내도록 했다. 러시아 법률회사 리딩스에 따르면 당시 개정된 대통령령 제377호는 외국 채권자가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예금 관련 지급액을 1000만루블로 제한하고, 이를 넘는 금액은 C형 계좌에 적립하도록 했다.

이번 조치는 이 규제를 전면 폐지한 것은 아니다. 외국인 개인과 러시아에 정식 등록한 외국 기업 조직의 예금만 인출 제한에서 제외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증권 거래대금과 배당금, 주요 서방 기업이나 기관투자가에게 지급될 다른 자금에는 기존 C형 계좌 규제가 계속 적용될 수 있다.

러시아가 규제를 완화한 이유는 대통령령과 로이터 보도에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따라서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한 정책 전환이나 서방 제재 대응 기조의 후퇴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러시아에서 영업하는 외국 기업의 현지 지점은 운영자금을 회수하거나 활용할 때 겪었던 제약을 일부 덜 수 있게 됐다.

한국 기업에도 이번 조치가 일률적으로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적용 여부는 해당 법인이 러시아에서 지점이나 상설 대표사무소 형태로 등록돼 있는지, 자금이 예금에 해당하는지, C형 계좌에 편입된 시점이 언제인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지 법인과 별도로 러시아에 지점이나 대표사무소를 둔 기업은 대통령령의 세부 적용 범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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