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개도국선 일자리 감소 보다 생산성 높여…세계은행 "성장엔진 될 것"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05일, 오전 09:36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인공지능(AI)이 개발도상국에서 일자리를 대체하기보다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세계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AI 자동화에 노출된 일자리 비중이 선진국보다 낮고, 값싼 소형 AI 모델이 보급되면 의료·사법·기상예측 등 전문 인력이 부족한 분야에서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4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AI는 개발도상국 노동자를 일자리에서 밀어내기보다 업무를 돕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인더밋 길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개발도상국은 일반적으로 고소득국보다 AI로 얻을 것이 많고 두려워할 것은 적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에서 AI 자동화가 가능한 일자리 비중을 10% 미만으로 추산했다. 고소득국에서는 이 비중이 3분의 1을 넘는다. 지식노동과 사무직 비중이 높은 선진국일수록 생성형 AI가 기존 업무를 대체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AI가 인도와 케냐 등에서 이미 의료영상 판독의 정확도를 높이고, 밀린 법원 사건 처리를 단축하며, 기상예보의 질을 개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개발도상국은 컴퓨팅 자원과 안정적인 전력망이 부족하지만 특정 업무에 특화된 AI를 활용하면 숙련 인력 부족 문제를 빠르게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과거라면 수십 년, 길게는 한 세기가 걸렸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AI가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얼마나 높였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세계은행은 신흥국 중소기업에서도 AI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와 요르단, 케냐, 멕시코, 나이지리아, 태국에서 직원 5명 이상 기업을 조사한 결과 약 20%가 최근 업무에 AI 챗봇을 사용했다. 미국의 33%보다는 낮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보급 속도가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빨라지고 있다.

첨부 기사에 실린 세계은행 자료의 그래프를 보면 케냐 기업의 AI 활용률은 2023년 이후 가파르게 뛰어 2025년 40% 안팎까지 높아졌다. 미국도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멕시코는 약 20%, 태국은 10%를 웃돌았다.

세계은행은 AI가 장기 성장률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의 AI 도입 추세가 이어지는 낙관적 시나리오에서 개발도상국의 장기 성장률 상단은 이번 10년 동안 평균 4.1%에서 4.9%로 높아질 수 있다. 고소득국은 1.2%에서 3.6%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성장률 상승 폭은 고소득국이 더 크다. 선진국이 이미 높은 AI 도입률과 디지털 인프라를 갖춘 만큼 생산성 개선 효과도 먼저 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이 모델을 현지 언어와 산업 환경에 맞게 조정하지 못하면 선진국과의 격차가 오히려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형 AI 모델의 확산은 개발도상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소형 모델은 대규모 모델보다 매개변수가 적어 메모리와 컴퓨팅 자원을 덜 쓴다. 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지 컴퓨팅 능력이 제한되고 전력과 인터넷 서비스가 불안정한 지역에서도 특정 업무를 처리하는 데 소형 AI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세계은행은 각국 정부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독자적인 AI 모델을 개발하려는 ‘AI 주권’ 경쟁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재정 부담만 키우는 ‘개발의 함정’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를 따라잡기 어려운 중소 경제국에는 독자 모델 개발보다 기존 AI를 자국 산업과 행정에 맞게 적용하는 전략이 더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AI가 반도체 수요가 많은 일부 신흥국에는 호재가 되고, 콜센터와 정보기술(IT) 외주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는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로 첨부 기사 기준 인도 대형 IT 아웃소싱 기업 지수는 올해 18% 하락한 반면 반도체주 비중이 큰 한국 증시는 51% 상승했다. 다만 최근 한 달에는 AI 투자 열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인도 지수는 12% 반등했고 한국 증시는 약 20% 하락했다.

세계은행의 분석은 AI가 모든 개발도상국에 같은 효과를 낸다는 의미는 아니다. 디지털 인프라와 교육 수준, 현지 언어 데이터, 기업의 도입 능력에 따라 생산성 개선 폭이 달라질 수 있다. 개발도상국이 AI의 혜택을 얻으려면 대규모 독자 모델 경쟁보다 의료·행정·농업·기상예측 등 현지 수요가 뚜렷한 분야부터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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