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한 포드 딜러 매장에 판매용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AFP)
미국 신차 판매는 지난달 연율 기준으로 1600만대를 넘어서며 5개월 연속 이 선을 지켰다. 판매를 밀어올린 것은 증시 호황에 따른 ‘부의 효과’다. 인공지능(AI)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면서 주식 비중이 큰 부유층이 수혜를 봤다. 퇴직연금 잔고가 불어나며 이른바 ‘401(k) 백만장자’도 쏟아졌다. 여기에 올해 예년보다 많았던 세금 환급이 더해져 차량 구매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연소득 15만달러(약 2억 1465만원) 이상 고소득 가구에 판매가 쏠리는 현상은 이른바 ‘K자형 경제’의 단면이다. 부유층이 경제를 끌고 가고 나머지는 뒤에서 겨우 따라붙는 구조다. 찰스 체스브러 콕스오토모티브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오늘날 시장을 이끄는 것은 더 부유한 구매자들”이라고 말했다.
연초만 해도 판매 전망은 밝지 않았다. 사상 최고 수준의 차값과 높은 대출금리, 얼어붙은 고용시장, 고율 관세가 걸림돌로 꼽혔다.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차 평균 가격은 사상 처음 5만달러(약 7155만원)를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신형 전기차 구매에 주던 7500달러(약 1073만원)의 세액공제도 없앴다.
자동차 업체들, 특히 외국 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수입물가지수를 보면 폭스바겐과 혼다, 토요타 등에서 들여오는 차량 가격은 최근 1년 새 오히려 0.3% 떨어졌다. 전년 대비 하락은 2018~2019년 이후 처음으로,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업체와의 점유율 경쟁을 의식해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넘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부유한 구매자들도 나름대로 지갑을 지키고 있다. 세액공제가 사라진 뒤 전기차 판매는 급감한 반면 하이브리드차 수요는 급증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추산으로 전체 신차 판매에서 하이브리드 비중은 지난 5월 17.4%까지 올랐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기름값이 뛰기 전에는 14%에 못 미쳤고, 몇 년 전만 해도 6% 수준이었다. 반면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지난 6월 8%를 밑돌아 세액공제 폐지 직전 12%대에서 크게 내려앉았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이런 호조가 오래가기 어렵다고 본다. 기름값은 봄보다 여전히 높고 세금 환급 효과도 사그라들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시장의 주역이었던 중산층 없이 부유층만으로는 지금의 판매 속도를 지탱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레이스 즈웨머 옥스퍼드이코노믹스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자동차 업체들이 점차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려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올해 판매가 지난해(1620만대)보다 줄어 1600만대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체스브러는 다소 낙관적이었다. 그는 “경제와 증시가 지금처럼 변동성은 있어도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차량 판매도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