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person is silhouetted next to the logo of the first Global Dialogue on AI Governance, in Geneva on July 6, 2026. Guterres called for a global governance system to shape artificial intelligence for the good of humanity, warning against allowing the technology itself to "vibe-code" our future.a (Photo by Fabrice COFFRINI / AFP)
글로벌 사우스가 전략적 요충지로 떠오른 배경에는 AI 산업의 규모의 경제가 있다. 특정 기술을 사용하는 국가와 기업, 개발자가 많아질수록 데이터와 응용서비스가 축적되고 개발 비용은 낮아진다. 어떤 국가의 인프라와 모델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기술표준과 규제 방식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2025년 7월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AI 수출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미국 기업이 개발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장비, AI 모델, 소프트웨어 및 관련 서비스를 하나의 ‘풀스택’으로 묶어 동맹국과 협력국에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산 AI 생태계의 해외 확산을 지원해 세계 기술 주도권을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미국보다 앞서 인프라를 선점해 왔다. 2015년 일대일로 사업의 하나로 시작한 ‘디지털 실크로드’를 통해 개도국에 5세대 이동통신(5G)망과 해저케이블, AI 연구소, 데이터센터, 스마트시티를 공급했다. 세계은행이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19년까지 디지털 실크로드 관련 사업에 790억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추산됐다. 2020년까지 최소 16개국과 협정을 체결하거나 관련 투자를 제공했다.
중국계 AI 모델의 가격과 개방성도 개도국 시장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딥시크와 알리바바 큐원 등 오픈웨이트 모델은 개발자가 내려받아 현지 장비에서 구동하고 언어와 법률, 산업 환경에 맞게 수정할 수 있다. 자체 초거대 AI를 처음부터 개발할 자본과 전문인력이 부족한 국가에는 초기 도입비용을 낮출 수 있는 선택지다.
동남아시아에서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현지 언어에 특화한 대규모언어모델(LLM) 35개가 개발됐다. 알리바바 다모아카데미의 ‘씨LLM’ 등 일부 모델은 10개가 넘는 동남아시아 언어를 처리한다. 미국계 모델이 세계 시장을 앞서고 있지만, 중국계 모델이 개방성과 현지화를 앞세워 틈새를 넓힐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개도국이 자유롭게 기술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역과 안보, 금융 관계가 어떤 AI 생태계를 채택할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2024년 기준 중남미·카리브해 개도국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한 비중은 45.3%에 달했다. 동아시아·태평양 개도국은 대중국 수출 비중이 19.2%, 대미 수출 비중이 17.9%로 양국에 동시에 의존했다.
특정 국가의 클라우드와 통신망, AI 모델을 함께 도입하면 다른 기술로 옮기는 비용도 커진다. 모델을 공개하더라도 대규모로 운영하려면 주요국 기업이 공급하는 첨단 반도체와 클라우드가 필요하다. 인프라를 제공한 국가의 보안·데이터 규정과 기술표준을 함께 받아들여야 할 가능성도 있다.
세계은행은 글로벌 사우스를 둘러싼 경쟁을 단순한 AI 제품 판매전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개도국이 지금 선택하는 반도체와 클라우드, 모델과 통신망이 향후 데이터의 이동 경로와 산업 생태계, 규제 기준까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정학적 경쟁이 AI 확산의 유일한 변수는 아니다. 전력과 인터넷, 현지 언어 데이터, 전문인력이 부족하면 어느 나라의 기술을 도입하더라도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세계은행은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