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든 쫓는다…中, 수십년치 미납 세금 추징 나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05일, 오후 03:3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이 수십년 전 미납 세금까지 뒤늦게 걷겠다고 나섰다. 초부유층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표적으로 삼아 깊어진 재정 구멍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홍콩과 싱가포르 등 역외에 숨겨둔 자산이 줄줄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사진=AFP)
(사진=AFP)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은행과 금융기관들은 최근 들어 부유층의 해외 투자를 들여다보고 소득을 세무당국에 신고했는지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과 주식, 귀금속, 가상자산 등에서 얻은 이익이 대상이며, 일부 조사는 2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최근 몇 달 사이 중국 은행들이 세무당국과 손잡고 부유한 예금자의 계좌를 동결하는 일이 늘었다. 해외 자산과 계좌, 신탁에서 생긴 자본이득에 세금이 제대로 납부됐는지 확인될 때까지다. 중국 남부의 한 은행가는 FT에 “그런 부자들은 대개 벌금과 세금을 즉시 현금으로 내고 계좌를 되살린다”고 말했다. 조사 기간은 들쭉날쭉하다. 선전의 한 패밀리오피스 대표는 고객들이 2017~2022년 해외 자산 이익에 대한 세금을 요구받았지만 왜 그 기간인지 설명은 없었다고 전했다.

빅터 시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중국정치경제학 교수는 이번 캠페인의 동기가 “분명히 재정적인 것”이라고 짚었다. 세금에 크게 기대는 중국의 예산 수입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에는 1.7% 줄어든 21조 6000억위안(약 4580조원)에 그쳤다. 한때 국가 재정의 핵심이었던 토지 매각 수입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2021년 8조 7100억위안(약 1847조원)에서 지난해 4조 1500억위안(약 880조원)으로 반토막 났다.

중국은 지난달 24일 역외신탁으로 옮긴 자산에도 광범위한 과세 규정을 도입했다. 부유층이 오랫동안 자산을 해외에 숨기는 데 써온 구멍을 막은 것으로, 역외신탁 소득에는 여러 단계에 걸쳐 20% 세율이 매겨진다. 중국 부유층의 역외 자산을 다루는 싱가포르의 한 은행가는 고객들이 “충격을 받았다”며 “기업공개(IPO)가 활발하던 시절에는 신탁 구조를 잘 짜면 소득세를 피할 수 있었는데 이번 규정으로 그 이점이 끝났다”고 말했다. 복잡한 구조 일부는 규정을 비켜갈 수 있지만, 상당수 신탁 보유자는 일시에 세금을 물게 되고 이를 내려고 자산을 파는 경우도 나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봤다.

이런 조치들로 중국의 조세 체계는 자국민의 전 세계 소득에 과세하는 미국 방식에 가까워지게 됐다. 예융칭 안리파트너스 상하이 세무변호사는 “당국이 국경 간 자본 이동과 해외 소득 신고, 외환에 대한 단속을 꾸준히 강화해 부유층이 자산을 해외로 옮기거나 역외 법인으로 세금을 설계할 여지가 좁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역외신탁에 대해 미국 세법과 “비슷하게 제한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홍콩 주식 거래에 대한 과세 등 앞선 단속에 힘입어 지난해 개인소득세 수입은 11.5% 늘어난 1조 6200억위안(약 344조원)을 기록했다. 전체 세수 증가율 0.8%를 크게 웃돈다.

중국과 뉴욕에 사무소를 둔 한 이민 컨설팅업체 대표는 당국이 홍콩 등 역외 경로로 미국 주식을 거래하는 부유층을 먼저 겨냥하고 있다며, 이어 해외 은행 계좌에 큰 금융자산을 둔 사람들로, 결국에는 부동산 등 다른 역외 자산으로 조사가 번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법상 거주자 기준을 둘러싼 혼선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중국에 1년에 183일 미만 머물러도 중국 국적을 공식 포기하고 대부분의 기간을 외국에서 살지 않는 한, 외국 여권이나 체류 자격과 무관하게 중국 세법상 거주자로 취급될 수 있어서다.

홍콩과 중국의 부유층을 고객으로 둔 데이비드 레스퍼런스 변호사는 인공지능(AI) 덕분에 당국이 투자 기록을 훨씬 빠르고 싸게 분석할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 압박이 커지면서 자신의 초고액 자산가 고객 가운데 최소 6명이 세계 2위 경제대국을 떠나기로 “방아쇠를 당겼다”고 전했다. 중국 국가세무총국은 FT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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