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자 보상금 노리고 결혼…러 '블랙위도' 사회문제 부상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05일, 오후 05:13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전사자에게 지급되는 국가 보상금을 노리고 사회적으로 취약한 남성들을 속여 형식적으로 결혼 한 뒤 전선으로 내보내는 사례가 확산 하고 있어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고 CNN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에서는 군인이 전사하면 배우자 등 법적 유족에게 최소 500만루블(약 9000만원)의 일시 보상금이 지급된다. 당국은 이를 통해 입대 군인과 가족들의 생계를 보장한다는 취지지만, 최근에는 이를 노린 조직적인 사기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사는 마리아는 59세 아버지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사망했다는 통보를 받은 뒤, 아버지가 출정 이틀 전 자신보다 22세 어린 여성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 여성은 법적 배우자가 되면서 전사 보상금을 받을 권리를 갖게 됐다. 마리아는 “처음부터 사기라고 의심했다”고 CNN에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
러시아 당국과 현지 언론은 이들을 ‘블랙 위도’라고 부르고 있다. 블랙 위도는 교미 후 수컷을 잡아먹는 습성이 있는 ‘검은과부거미’에서 유래된 표현으로 전사 보상금을 노리고 군인과 형식적으로 결혼하는 여성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사회적으로 취약한 남성들을 속여 형식적인 결혼을 한 뒤 전선으로 보내고, 남편이 전사하면 유족 보상금을 챙기는 수법을 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른 가족들과 권리 분쟁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러시아에서는 입대 직전 결혼하거나, 심지어 임종 직전에 결혼한 사례까지 잇따라 알려지며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지난해 군 병원 간호사가 치료 중이던 군인 5명과 차례로 결혼한 뒤 이들이 모두 사망하자 전사 보상금을 챙기려 했다는 의혹으로 해고됐다.

일부 사건에서는 군 관계자들의 조직적 개입 의혹도 제기됐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극동 프리모르스키 지방에서는 군 간부와 군 회계 담당자가 고아나 가족이 없는 취약계층 남성들에게 결혼을 알선한 뒤 위험한 전선으로 보내 전사 보상금을 나눠 가지려 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피로감과 맞물려 ‘블랙 위도’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하원 레오니드 슬루츠키 의원은 “특별군사작전 참가자 가족들을 블랙 위도와 금융사기범들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며 “관련 범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입대 장병들의 신속한 결혼을 장려해 왔다. 결혼 절차를 간소화하고 단체 결혼식을 지원하는 등 가족의 지지를 통해 전투 의지를 높이려 했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이 제도를 악용한 범죄까지 등장하며 새로운 사회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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