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늘·내일 타결"…이란, 호르무즈 통제권 쥐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05일, 오후 11:10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걸프만으로 들어가는 선박에 대해 이란 측에 통제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뼈대로 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이란 고위 소식통과 역내 관계자 2명을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쟁 이후 처음으로 이란에 실질적 양보가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로이터에 따르면 협상 테이블에 오른 초안은 걸프만으로 향하는 유입 선박에 대한 통제권을 이란에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걸프만을 빠져나가는 유출 선박에 대해서도 이란이 어느 정도 역할을 가질지가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한 역내 소식통은 “호르무즈에 대한 일정 형태의 통제권 양보는 이미 이뤄졌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소식통은 통제권의 구체적 정의, 역내 국가의 검색 관할권, 수수료의 자발적 부과 여부 등 세부사항은 여전히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수수료를 둘러싼 3자 간 입장차도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화물 가격의 5~7%를 수수료로 요구하고 있고, 오만은 3% 안팎을 검토 중이다. 미국은 수수료 부과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블룸버그 “60일 한시 합의…무관세 조건”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란·오만이 60일짜리 임시 합의를 곧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악시오스를 인용해 보도했다. 유입 선박은 이란에 가까운 북쪽 항로를, 유출 선박은 오만 해역을 통과하는 남쪽 항로를 이용하는 방식이며, 이 한시적 합의 기간에는 통행료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란과 오만은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중앙 항로의 기뢰 제거 작업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로이터가 보도한 이란의 ‘5~7% 수수료 요구’ 입장과 블룸버그·악시오스가 보도한 ‘한시적 무관세’ 합의안이 상충하는 가운데, 무관세는 60일 한시 조치이고 이후 수수료를 부과하는 형식으로 보인다.

이란 국영TV는 이날 협상 결과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블룸버그는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테헤란과 무스카트(오만) 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해협이 즉각 개방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이는 ‘미국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48시간 내 알게 될 것”…이란, 강경파·온건파 이견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캘리포니아에서 기자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개방 합의가 “내일(수요일)이나 모레(목요일)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란과의 협상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48시간 안에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해협이 “매우 조만간 개방될 것”이라면서도, 이란이 다시 합의를 파기할 경우 “크게 얻어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남부 항로는 자유롭게 개방된 상태”라며 이란의 “부당한” 공격에도 1000척 이상의 선박 통항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 남부 항로는 이란 인근이 아닌 오만 영해를 지나는 경로다.

반면 이란 내부에서는 입장이 엇갈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강경 성향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통제권을 핵 프로그램 훼손과 대리세력 약화 이후 서방에 대한 가장 중요한 압박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온건파는 미국의 봉쇄 조치로 이란 경제가 붕괴 직전까지 몰리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란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6%로 위축되고 연간 물가상승률은 약 69%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란 소식통은 협상이 언제든 틀어질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로이터는 이란 소식통이 “세부사항에 악마가 있다. 트럼프의 트윗 하나로 전체 합의가 무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 모습 (사진=로이터)
지난 3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 모습 (사진=로이터)
◇루비오 “해협 먼저, 핵협상은 그다음”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전날 미국이 2단계 협상 구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큰 틀의 합의가 있다”며 “지금 많은 관심이 쏠린 즉각적인 합의는 해협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해협 개방을 우선 타결한 뒤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 협상으로 넘어가겠다는 구상을 시사한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유가, 후티 공격에 반등…美 미사일 재고 놓고 신경전

유가는 이번 주 초 협상 기대감에 급락했다가 이날 소폭 반등했다. 브렌트유는 5일 오전 기준 전날 대비 0.9% 오른 배럴당 8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다만 이번 주 들어서는 8%가량 하락한 상태다.

유가 반등의 배경에는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 유조선 공격이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후티는 이날 홍해에서 사우디 국적 유조선을 공격했다고 밝혔으며, 이는 호르무즈 해협 우회로로 쓰이는 홍해 항로에 대한 사우디산 원유 봉쇄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전날에는 예멘 인근에서 인도 국적 선박이 발사체 공격을 받고 침몰해 승선원 14명(대부분 인도인)이 전원 구조되기도 했다.

미군 미사일 재고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졌다. 로이터와 CNN에 따르면 미 육군은 장거리 정밀유도 미사일 재고를 거의 소진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요격미사일의 약 80%가 소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훨씬 많은 탄약을 보유하고 있으며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다”고 반박했다. 백악관도 미군이 “모든 전략 목표를 수행하고도 남을 충분한 탄약과 비축량을 갖추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이번 주 안에 이란·오만·미국 간 60일 임시합의가 실제로 발표될지, 그리고 그 합의가 미국이 요구해온 ‘무관세·완전개방’ 원칙과 이란이 요구해온 ‘통제권·수수료’ 사이에서 어떻게 절충될지가 최대 관건이다. 이란 내부의 강경파·온건파 갈등, 후티의 홍해 공습 지속 여부, 그리고 해협 합의 이후 이어질 핵 프로그램 협상까지 감안하면 상황을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 원유 처리시설 전경. 하루 약 700만배럴을 처리하는 세계 최대 원유 처리시설이다. (사진=AFP)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 원유 처리시설 전경. 하루 약 700만배럴을 처리하는 세계 최대 원유 처리시설이다. (사진=AFP)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