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미시간서 첫 무슬림 상원의원 나오나…엘사예드 진보 돌풍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06일, 오전 03:17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미국 미시간주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를 뽑는 예비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무슬림 의사 압둘 엘사예드(41) 후보가 중도파 헤일리 스티븐스 연방 하원의원을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신승했다.

AP통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치러진 예비선거에서 개표율 99% 기준 엘사예드 후보가 48.5%, 스티븐스 후보가 47.5%를 얻어 격차는 1%포인트에 불과했다. 여론조사에서는 엘사예드 후보의 낙승이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초박빙 승부가 펼쳐지면서, 민주당 내부에서 진보와 중도 노선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압둘 엘사예드 미시간주 연방상원의원 선거 민주당 후보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마제스틱 극장에서 열린 개표 행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엘사예드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헤일리 스티븐스 연방 하원의원을 꺾고 오는 11월 본선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 후보는 은퇴하는 게리 피터스 상원의원의 후임을 뽑는 선거에서 맞붙었다. (사진=AFP)
압둘 엘사예드 미시간주 연방상원의원 선거 민주당 후보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마제스틱 극장에서 열린 개표 행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엘사예드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헤일리 스티븐스 연방 하원의원을 꺾고 오는 11월 본선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 후보는 은퇴하는 게리 피터스 상원의원의 후임을 뽑는 선거에서 맞붙었다. (사진=AFP)
엘사예드 후보는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 본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마이크 로저스 전 연방 하원의원과 맞붙는다. 로저스 후보는 2024년 상원 선거에서 엘리사 슬롯킨 상원의원(민주)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한 바 있다. 이번 승자는 3선 도전을 포기한 게리 피터스 민주당 상원의원의 후임이 된다. 엘사예드 후보가 본선에서도 승리하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무슬림 상원의원이 탄생하게 된다.

◇이스라엘 문제 놓고 정면충돌…당내 노선 대리전

이번 경선은 민주당 주류와 진보 진영 간 노선 다툼의 대리전 성격을 띠며 전국적 관심을 받았다. 공중보건 관료 출신인 엘사예드 후보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민주·뉴욕) 등 진보 진영 인사들의 지지를 받았다. 반면 4선 하원의원인 스티븐스 후보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 당내 주류 인사들의 지원을 받았다.

두 후보는 이스라엘에 대한 입장을 놓고 날을 세웠다. 엘사예드 후보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 군사 지원 반대, 전 국민 건강보험(메디케어포올), 이민세관집행국(ICE) 폐지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제노사이드(집단학살)’라고 규정해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반면 스티븐스 후보는 친이스라엘 성향을 분명히 하며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등의 지지를 받았다.

◇스티븐스, 자금력서 9배 우위…AIPAC 슈퍼팩도 총력전

선거자금 규모에서는 스티븐스 후보가 압도적 우위였다. 광고 집행 데이터를 추적하는 애드임팩트에 따르면, 스티븐스 후보 진영은 올해 6470만달러(약 920억원)를 지출한 반면 엘사예드 후보 진영은 750만달러에 그쳤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NYT는 전체 경선 지출액이 9800만달러를 넘어서며 스티븐스 후보가 엘사예드 후보보다 9배가량 많은 자금을 쏟아부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AIPAC과 연계된 슈퍼팩(정치자금 모금 단체)이 약 3000만달러를 지출했고, 이 중 3분의 2가량이 엘사예드 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 광고에 쓰였다고 보도했다.

지지 기반도 뚜렷하게 갈렸다. 엘사예드 후보는 청년층과 대졸 이상 진보 유권자,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에서 강세를 보인 반면, 스티븐스 후보는 흑인 유권자와 농촌 지역, 디트로이트 인근 웨인·매컴·오클랜드 카운티에서 우세했다. 통상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흑인 유권자의 표심을 얻지 못한 점은 엘사예드 후보의 약점으로 꼽힌다.

◇트럼프 “공산주의 낙오자”…슈머는 축하 메시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공화당엔 희소식”이라며 엘사예드 후보를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혐오하는 공산주의 낙오자”라고 깎아내렸다. 로저스 후보도 성명을 내고 “이번 11월의 선택은 상식이냐, 완전한 광기냐의 문제”라며 날을 세웠다.

반면 슈머 원내대표와 상원 민주당 선거위원회를 이끄는 커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은 공동성명을 통해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고 그의 공화당 조력자들을 물리쳐 상원을 탈환한다는 공동의 목표로 뭉쳐 있다”며 엘사예드 후보를 축하했다.

압둘 엘사예드 미시간주 연방상원의원 선거 민주당 후보가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투표 독려(Get Out the Vote) 행사에서 지지자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AFP)
압둘 엘사예드 미시간주 연방상원의원 선거 민주당 후보가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투표 독려(Get Out the Vote) 행사에서 지지자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AFP)
◇상원 다수당 향방 걸린 ‘스윙스테이트’…본선 전망은 안갯속

이번 결과는 11월 중간선거의 상원 다수당 향방과도 직결된다. 공화당이 53석을 차지한 상원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을 탈환하려면 공화당 의석 최소 4곳을 빼앗아오면서 기존 의석은 모두 지켜내야 한다. 미시간은 민주당이 반드시 사수해야 할 경합주로 꼽힌다.

본선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글렌개리프그룹의 지난달 22~24일 조사에서는 로저스 후보가 엘사예드 후보를 10%포인트 앞섰고, WSJ가 인용한 에픽MRA의 7월 마지막주 조사에서도 로저스 후보가 엘사예드 후보를 3%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최대 규모 슈퍼팩인 상원리더십펀드는 로저스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4500만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뉴욕 맘다니 이후 ‘진보 바람’ 확산

엘사예드 후보의 승리는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 이후 이어지고 있는 민주당 내 ‘진보 바람’의 연장선으로도 해석된다. 콜로라도·펜실베이니아 등에서도 민주사회주의자(DSA) 성향 후보들이 잇따라 선전했다. 같은 날 디트로이트 지역 하원 경선에서는 DSA 소속 도너번 매키니 주하원의원이 현역인 시리 타네다르 하원의원을 꺾으며 진보 진영의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엘사예드 후보는 스티븐스 후보를 향해 “우리를 갈라놓은 차이는 우리를 하나로 묶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통합을 호소했다. 관건은 진보 색채를 유지하면서도 중도·무당층 유권자를 석 달 안에 얼마나 포섭할 수 있느냐다. 미시간 상원 선거 경쟁은 오는 11월까지 양 진영의 총력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그 결과는 2028년 대선 경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23경찰서 관할 구역에서 열린 '전국 범죄 예방의 밤(National Night Out Against Crime)' 행사에서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가슴에 손을 얹고 있다. (사진=로이터)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23경찰서 관할 구역에서 열린 '전국 범죄 예방의 밤(National Night Out Against Crime)' 행사에서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가슴에 손을 얹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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