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군 지구권타격사령부가 2023년 9월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를 시험 발사하고 있다. (사진=AFP)
투·융자 규모는 그동안 6000억~7000억달러(약 854조~996조원)대에 머물렀으나, 올해는 1조 88억달러(약 1436조원)로 지난해보다 30%가량 급증했다. 핵보유국에서는 정부와 계약한 민간 기업이 관련 기술과 미사일 개발·생산을 맡는 경우가 많다. 미국 노스럽그러먼, 영국 BAE시스템스 같은 대형 방위산업체가 대표적이다.
유엔에서 채택된 핵무기금지조약이 2021년 발효되면서 핵 군축을 요구하는 분위기는 한때 고조됐다. 투자자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관심을 기울였고, 무기 제조에 관여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는 억제되거나 아예 대상에서 제외돼왔다.
흐름이 바뀐 계기는 2022년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중동 정세를 포함해 안보 환경이 급박해지자 각국은 방위산업을 대하는 태도를 바꿨고, 그 여파가 핵 관련 분야까지 번진 것으로 보인다. 독일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는 지난해 일부 ESG 펀드에서 방위산업 투자 방침을 바꾸겠다고 고객에게 알렸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틀 안에 있는 핵무기 관련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빼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다만 전장에서 무차별 피해를 주는 확산탄이나 생물·화학무기는 여전히 제외 대상으로 남겼다.
ESG 분야에 밝은 미즈구치 다케시 다카사키경제대 학장은 “방위산업을 어떻게 대할지는 투자자에게 어려운 판단이 돼 왔다”면서도 핵은 다른 무기와 선을 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핵은 비인도적이어서 투자 대상이 아니라는 사고방식이 이미 뿌리내려 있다”며 “공통의 규범 의식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핵을 둘러싼 국제 정세는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곧바로 쓸 수 있는 상태의 핵탄두는 지난 1월 기준 9745발로, 1년 전보다 131발 늘었다. 지난 4~5월 열린 유엔 NPT 재검토회의는 군축 방향을 담은 성과 문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2015년과 2022년에 이어 세 번 연속 결렬이다.
지난 2월에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핵 군축 합의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이 효력을 잃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3월 냉전 이후 줄여온 핵탄두를 다시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공동 훈련을 통해 유럽 국가들에 프랑스의 ‘핵우산’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국가 간 경쟁이 격화한 상황에서 민간 자금까지 끝없이 흘러들면 핵 군비 확장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금융기관들은 핵무기 관련 사업에 자금을 대지 않는다는 방침을 내걸고 있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FG)은 핵무기와 생물·화학무기, 대인지뢰 등 비인도적 무기 제조에 대한 금융을 금지한다고 명시했고, 미즈호FG와 미쓰이스미토모FG도 비슷한 방침을 두고 있다.
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니혼히단쿄) 등 핵무기 폐기를 요구하는 단체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에 대한 투·융자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