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3일 자위대 헬기에서 구마모토 지진 피해지역을 내려다보며 합장하고 있다. (출처=일본 내각공보관 X 계정)
특히 헬기 안에서 두 손을 모으는 장면이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시찰 당일 사에키 고조 내각공보관은 다카이치 총리가 자위대 헬기 창밖을 보며 합장하는 사진도 따로 올렸는데 “땅에 내려 고개를 숙여도 모자랄 판에 하늘에서 애도를 표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소셜미디어(SNS)와 인터넷 등에선 “높은 데서 내려다보며 손을 모으는 게 말이 되느냐”, “카메라를 의식한 각도는 그만두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역대 총리들의 재난지역 시찰 모습과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게시글도 봇물을 이뤘다. 심지어 김정은 위원장이 수해 현장에서 이재민들과 바닥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진을 붙여 “프로파간다라고 쳐도 김정은의 재난지역 방문 쪽이 훨씬 낫다”고 비꼬는 게시물까지 등장했다. 이 글은 조회 200만회를 넘겼고 좋아요도 3만 7000개를 웃돌았다.
한 X 이용자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재난 현장을 방문한 사진을 비교했다. (출처=X 캡처)
면담에 나온 이재민들이 “냉방도 되고 침대도 전원에게 있다”, “불만은 전혀 없고 이보다 좋을 수 없다”고 말하는 장면이 방송되면서 연출 의혹까지 불거졌다. 총리가 온다는 소식에 급히 에어컨과 골판지 침대가 들어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애초에 대피소 환경 자체가 도마에 올라 있었다. 일본 소셜미디어에서는 지진 직후부터 한국과 대만의 대피소 사진을 나란히 올리며 “왜 일본만 이 모양이냐”고 자책하는 글이 쏟아졌다. 한국과 대만은 가족 단위 텐트로 사생활을 지켜주는 반면, 구마모토 대피소는 체육관 바닥에 수건을 깔고 다닥다닥 붙어 지내는 모습이었다. 아사히신문도 지진 발생 48시간이 지나도록 화장실과 급식, 침대가 갖춰지지 않아 10년 전 구마모토 지진 때와 달라진 게 없다고 짚었다. 대피소에 골판지 침대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일부터다.
시찰 시점을 놓고도 말이 많았다. 지진 발생 일주일도 되지 않아 교통이 여전히 혼잡하고 인력도 모자란 상황에서 총리 경호에 사람을 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다카이치 총리는 시찰 다음날인 지난 4일 소비세 감세를 각의에서 결정했고 6일은 히로시마, 오는 9일엔 나가사키 원폭 희생자 추도 일정이 잡혀 있어 피해지 사정이 아니라 정치 일정에 맞춰 날짜를 골랐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대응을 알리는 발신의 일환”이라며 “총리의 피해지 시찰 상황을 압축해 정리한 영상은 지금까지도 만들어 왔다”고 해명했다. 배경음악이 꼭 필요했느냐는 질문에는 “시찰 모습을 국민들에게 알기 쉽게 전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답했다. 실제로 2024년 10월 이시바 시게루 당시 총리가 폭우 피해를 입은 노토반도를 찾았을 때도 배경음악이 깔린 영상이 올라온 바 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18년 7월 11일 폭우 피해를 입은 오카야마현 마비 지역의 대피소를 찾아 이재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
지난달 28일 최대진도 7의 지진이 덮친 구마모토현에서는 지난 4일 오후 2시 기준 지진 관련성을 조사 중인 사례를 포함해 38명이 숨졌고 7646명이 대피 생활을 하고 있다. 시찰 전날에는 차 안에서 지내던 70대 여성이 열사병으로 숨져 첫 재해 관련사 의심 사례로 발표됐고, 시찰 당일 구마모토시 기온은 40.3도까지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