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시칠리아 인근 파비냐나섬 앞바다. (사진=AFP)
파비냐나는 에가디 제도에서 가장 큰 섬으로 시칠리아 서쪽 해안에서 7㎞ 떨어져 있다. 영화에서는 오디세우스의 고향 이타카로 나오고, 섬에서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있는 산타카테리나 성이 영웅의 궁전으로 쓰였다.
지역 당국은 이 인연을 오래 가는 관광 자산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시칠리아주 문화국과 유니버설픽처스의 도움을 받아 이르면 10월 상설 전시관을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촬영 본부로 쓰였던 옛 플로리오 참치가공공장이 후보지다. 주세페 파고토 파비냐나 시장은 “방문객이 제작 과정을 단계별로 체험하고 영화에 쓰인 의상과 장비를 볼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상인들은 촬영지가 관광 명소로 바뀌는 흐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드라마 ‘몬탈바노 형사’가 시칠리아 남동부 해안 관광을 끌어올린 전례가 있어서다. 자코모 인카르보나 현지 호텔업협회장은 “‘오디세이’ 덕분에 시칠리아 서부 전체가 미국인 관광객에게 더 매력적인 곳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파고토 시장은 ‘오디세이’ 촬영 기간에만 100만~200만유로(약 16억~33억원)가 현지에서 쓰인 것으로 추산했다.
유엔세계관광기구 역시 흥행작에 등장한 지역의 방문객이 25~40%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퓨처마켓인사이츠는 이 시장이 2036년까지 1575억달러(약 224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오디세이’ 배우·제작진 등의 잇단 칭찬도 파비냐나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제작진은 2024년 말부터 지난해 봄까지 몇 달간 섬에 머물며 보조 출연자와 인력 500여명을 썼다. 분장팀을 묵게 했던 인카르보나 회장은 “놀란 감독은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다니며 모두에게 인사했고, 아테나 역을 맡은 젠데이아는 광장에 앉아 책을 읽곤 했다”고 전했다.
투자도 몰려들고 있다. 북미와 중동, 인도의 투자자들은 2027년 시즌을 앞두고 고급 관광 사업을 타진해 왔다. 버려져 있던 옛 발투르 휴양촌은 5성급 리조트로, 섬 중심 광장의 옛 팔라초토 플로리오는 내년 6월 문을 여는 고급 숙박시설로 바뀌고 있다. 파고토 시장은 “그동안은 집을 고쳐 민박으로 만드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기업가들이 섬의 큰 자산에 투자해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베네치아나 피렌체, 돌로미티가 겪은 오버투어리즘이다. 파비냐나는 여름철 하루 인구가 3000명에서 4만~5만명까지 불어나 각종 서비스에 부담이 걸린다. 인카르보나 회장은 “충격파가 우리를 다치게 할 수도 있다”며 영화가 방문객을 한꺼번에 늘리기보다 관광 기간을 꾸준히 늘려주기를 기대했다.
당국은 배들이 해안 가까이 닻을 내리지 못하도록 섬 주변에 계류부표 200개를 설치했고, 방문객 흐름을 조절할 추가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 섬에 차량을 들여올 때 최소 체류 일수를 조건으로 붙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평균 체류 기간을 5~6일에서 10~15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파고토 시장은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 해변 청소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로마에서 자주 찾아오는 에마누엘라 아미코는 “지금까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성이 밤에 새로 조명을 받고, 보트 관광을 하는 어부들이 촬영 이야기를 들려주며 어느 장면을 어디서 찍었는지 알려주고 싶어 안달”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배우 맷 데이먼, 샤를리즈 테론, 엠마 토머스 프로듀서가 지난 3일 서울에서 열린 영화 '오디세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AF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