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캐리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나라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나라 자산에 투자해 차익을 얻는 기법이다. 2024년 8월에는 엔화가치가 급등하자 빌린 엔화를 서둘러 갚으려는 매물이 쏟아지며 전 세계 증시가 출렁였다.
이번에 충격이 크지 않았던 것은 투자자들이 조달 통화를 여럿으로 나눠뒀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엔화에만 기대지 않고 유로화나 스위스프랑을 빌려 신흥국 고금리 자산을 사들이는 식이다. 실제로 브라질 헤알화는 미국과 일본의 시장 개입이 시작된 뒤 엔화 대비 4% 가까이 떨어졌지만, 달러화 대비로는 거의 제자리였다. 유로화 대비로도 1% 남짓 밀리는 데 그쳤다.
스위스 본토벨의 티에리 라로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무질서한 캐리 청산이 벌어질 문턱은 몇 주 전 생각했던 것보다 높다”며 “당분간은 캐리를 이어가되 엔화는 피하겠다”고 말했다. 엔화가 저평가돼 더 오를 여지가 큰 만큼 빌리기에 매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엔화는 오랫동안 캐리트레이드의 대표 조달 통화였다. 일본 금리가 수십년간 0% 안팎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일본은행 기준금리는 지금도 1%로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낮다. 다만 일본은행이 9월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데다, 엔화는 지난주 달러당 164엔까지 밀리며 1986년 이후 가장 약한 수준을 기록한 뒤 미일 양국의 개입으로 이날 157엔대까지 올라섰다.
유로화도 매력적인 조달 통화로 꼽힌다. 유로존 기준금리가 2.25%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 범위 3.5~3.75%보다 낮아서다. 웰스파고는 스위스프랑을 팔고 엔화를 사는 쪽에 걸었다. 일본의 정책 전환이 더디더라도 엔화 금리가 바닥권인 프랑화보다는 높게 유지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캐리트레이드 여건이 20여년 만에 가장 좋다고 진단한 데 이어,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도 아직 여력이 남아 있다고 봤다. 다만 투자 대상과 조달 통화를 신중히 고르라고 당부하며 선호 조달 통화로 스위스프랑과 유로화, 캐나다달러를 차례로 꼽았다. 모건스탠리도 추가 개입 위험 탓에 유로화와 스위스프랑이 ‘선호 조달 통화’로 옮겨가고 있다고 고객들에게 알렸다.
성과도 뒷받침한다. 유로화를 빌려 브라질 헤알화와 콜롬비아 페소화, 튀르키예 리라화를 사들이는 전략은 올해 들어 19%가량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2005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다. 지난 4일 기준 신흥국 캐리 전략 수익률은 18.96%로, G10 캐리 전략(6.71%)을 크게 앞섰다. G10 밸류에이션 전략은 -5.34%, 모멘텀 전략은 -2.19%로 손실을 냈다.
물론 여전히 엔화로 조달하는 캐리 거래가 남아 있어 엔화가 더 오르면 추가 청산이 나올 수 있다. 다만 다니엘 토본 씨티그룹 전략가는 “모든 것이 엔화로 조달되던 2024년 8월 이전과는 다르다”며 “조달 통화가 다변화됐고 이런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