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서 美·이스라엘 선박 아예 막는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07일, 오전 04:12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협상이 타결에 가까워졌다는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정작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올린 초안은 미국과 이스라엘 선박의 통행 자체를 원천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알려진 ‘통제권·통행료’ 수준을 넘어선 훨씬 강경한 안이어서 실제 타결로 이어질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을 선박들이 항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6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을 선박들이 항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외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오만이 마련 중인 초안이 미국·이스라엘 등 ‘적대국’ 선박의 통행을 금지하고 이들이 해협을 이용하려면 별도 보상금까지 내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도했다. 초안에는 이스라엘 관련 화물 전면 금지, 보험·환경비용을 포괄하는 수수료 체계, 해협 진입에 대한 이란의 관리 권한 등이 담겼다. 출항은 이란과 오만이 공동 관리한다. 초안은 ‘중앙 항로’ 통행을 상정하고 있으며, 나머지 두 항로는 정해진 기한 내 폐쇄하기로 했다. 이 초안은 현재 이란 의회에서 심의 중이다.

로이터통신도 이날 이란 의회 상임위가 미국·이스라엘 등 ‘적대’ 선박의 통항을 금지하는 예비 법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법안은 위반 선박에 화물가액 최대 20%의 벌금을 물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한 이란 의원은 이 법안이 아직 전문가 검토 단계에 있다고 밝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미국은 이 같은 초안에 강하게 반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어떤 임시 항로든 승인·허가나 통행료·요금 부과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미국은 그동안 자유 통항과 전쟁 이전 상태 복귀를 요구해왔다. 이란은 완전 개방을 위해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가 먼저라는 입장인데, 워싱턴이 지난 6월 합의(대이란 석유 제재 유예 포함) 조건으로 돌아갈지는 불분명하다. 해당 6월 합의는 체결 수 주 만에 깨졌다.

이 소식에 국제유가는 상승, 브렌트유는 배럴당 82달러를 넘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말 대규모 공격 계획을 철회했다고 밝힌 이후로는 여전히 큰 폭 낮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에도 타결이 임박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그간 임박설이 여러 차례 무산된 전례가 있어 실제 타결 여부는 불투명하다. 호르무즈 해협에는 전쟁 이후에도 하루 수백만 배럴 규모 원유가 제한적으로 통과해왔으며,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송유관을 통해 해협을 우회해왔다.

새 합의가 성립하려면 이란 최고지도자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 자리는 지난 2월 미·이스라엘 공습 당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가 피살된 뒤,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물려받았다. 그는 당시 공습에서 부상을 입은 이후 공개 활동 없이 은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그와의 소통 자체가 시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현재로선 (최고지도자와의) 소통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새 최고지도자가 이번 안을 승인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협상 관련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이번 이란 측 초안이 미국이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담고 있는 만큼, 최종 합의까지는 추가 조율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유가가 이미 협상 기대감을 선반영하고 있어 실제 타결 여부에 따라 국제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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