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방어에 유로 판 美…뒤늦게 안 ECB 패닉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07일, 오후 03:28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이 일본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달러가 아닌 유로화를 매도한 이후에야 유럽중앙은행(ECB)에 해당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사진=AFP)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사진=AFP)
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와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엔저 개입 다음날인 지난 1일에야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일본이 28년 만에 공동으로 엔화 부양에 나선 사례다. 통상 미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경우 달러를 매도하지만, 이번에는 유로화를 매도했다. 미국이 달러 대신 유로를 매도한 것은 달러 매도가 미국 정부의 달러 약세 유도 조치로 해석될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ECB 내부에서는 미국이 엔저 방어에 유로를 사용한 것을 두고 서방 통화당국 간 오랜 협력 관행을 깨뜨린 전례 없는 행위라는 반응이 나온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방 중앙은행과 재무당국은 상호 신뢰와 협의를 강조해 왔으며, 과거 외환시장 개입 역시 일반적으로 공조 하에 이뤄졌다.

유럽 정책당국 간 논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미국의 유로 매도에 대해 “매우 충격적이고 유감스럽다”며 “이런 일은 이전에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는 외환시장 개입에 사용된 환율안정기금(ESF)의 자산 배분 결정은 외국 당국과 사전 조율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 재무부 대변인은 “환율안정기금의 자산 배분은 시장 유동성과 자산가치, 기타 관련 요인에 대한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의 판단을 바탕으로 결정된다”며 “재무부는 해당 권한에 따라 지난주 ESF 내 준비자산을 재배분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의 공동 개입으로 진정됐던 엔화는 다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달러당 엔 환율은 달러당 158.4엔대에서 거래됐다. 지난 4일에는 달러당 155엔까지 내렸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시장 움직임은 엔화의 장기 하락세를 되돌리는 데 있어 시장 개입의 한계를 보여준다”며 일본의 높은 부채 부담,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엔화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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